제95장 내 이름 불러봐
롤스로이스 한대가 서서히 청능관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깔끔하게 슈트를 차려입고 우아하게 앉아 있었다.
옆에 앉은 남자는 짧은 머리에 올블랙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마이클 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 대표님, 모모가 이미 깨어났습니다.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이미 도착했어요.”
연수호가 걱정되듯 물었다.
“상태는 어때요?”
“많이 좋아졌어요. 거의 안정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네. 알겠어요.”
...
청능관은 따스한 햇볕이 내리비치고 있었고 도로 양쪽으로 심은 나무들 사이로도 햇볕이 스며들었다.
그 사이에 훨체어 한대가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고 휠체어에 앉은 여자는 긴 생머리에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도 핏기가 전혀 없어 보였다.
백혜지는 멍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며 햇빛이 주는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강순자가 뒤에서 훨체어를 밀며 말했다.
“혜지 아가씨, 사모님이 이따가 오신다고 합니다.”
강순자의 말에 백혜지는 손을 들어 자기 얼굴을 어루만지며 다급하게 물었다.
“이모, 내 안색 어때요? 이런 모습으로 사모님을 뵙는 게 실례는 아닐까요?”
백혜지는 원래 예쁜 얼굴이었다. 지금은 다만 살이 너무 빠졌고 회복 중이라 안색이 창백할 뿐이었다.
강순자가 위로하듯 말했다.
“혜지 아가씨는 언제나 아름다우십니다.”
“그럼 다행이에요.”
백혜지는 그제야 웃음을 보였다.
훨체어를 밀고 잔디밭 아래 그늘진 곳에 도착한 강순자는 타이르듯 말했다.
“혜지 아가씨, 가서 과일 좀 챙겨올 테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백혜지는 고개를 끄덕였고 두 눈은 여전히 멍한 채 초점을 잃고 있었다.
강순자가 떠나고 백혜지는 두 눈을 감고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볕을 온몸으로 느꼈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이렇게 따스한 햇볕도 그녀에게는 3년 만이었다.
무려 3년 만이다.
3년 동안 죽지 못해 살았던 그 기분은 백혜지 자신만이 알 것이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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