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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장 부끄러워하다

스위트룸의 방안에는 노란색 스탠드 등만 켜져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연수호는 천천히 눈을 뜨고 옆 소파를 바라봤다. 김유정은 두 손으로 쿠션을 안고 소파에 기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긴 속눈썹에 앵두 같은 입술, 핑크빛에 젤리처럼 말랑말랑해 보이는 그녀의 입술은 누구라도 한번 맛보고 싶을 정도였다. 침대에 누운 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안간힘을 써서 침대에 눕히고 오히려 자기는 소파에 앉아 잠들었다는 게 웃기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테이블에 놓여있던 휴대폰 화면이 켜지고 그는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전에 먼저 통화버튼을 눌렀다. 연수호는 시선을 김유정에게 고정한 채 전화를 받았다. “말해.” 전화기 너머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 대표님, 임호민이 두 배 줄 테니 제발 놓아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연수호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잘 대접해 드려.” 남자가 물었다. “혹시 사모님 납치 사건 주범이 연 회장님 사건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요?” 연수호의 시선은 여전히 김유정을 바라보고 있었고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박항서가 깨어났다는 소문을 퍼뜨려.” “네.”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연수호는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로 가서 두 손을 소파에 고정하고 허리를 숙여 가볍게 김유정에게 입을 맞췄다. 김유정이 깨기라도 할까 봐 정말 가볍게 입을 한번 맞췄다. 김유정의 속눈썹이 잠시 흔들거렸고 이내 다시 평온해졌다. 연수호는 그런 김유정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뻗어 옆에 잔머리를 정리해 줬다. ... 김유정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 붉은 칼라의 망사 커튼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눈을 뜨고 낯선 천장을 마주한 김유정은 뭔가 생각난 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커다란 침대에는 김유정 혼자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어젯밤을 떠올렸다. 연수호가 술에 취해 잠들었고 김유정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집으로 데리고 갈 수 없어 호텔 스위트룸을 잡았다. 연수호를 정리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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