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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안아주고 싶어

연회장에 있는 모두가 표정이 어두웠고 분위기도 싸늘해졌다. 아무래도 화목하게 같이 밥을 먹기엔 글러 버린 것 같았다. 누군가 들어오더니 연수호의 귓가에 대고 뭔가를 말했다. 연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식사마저 하세요. 전 다른 일이 있어 먼저 가볼게요.” 두 걸음 만에 그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김유정은 여전히 그들을 째려보고 있었고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었다. “안 가?” 김유정은 주위 사람들을 빙 둘러보았다. ‘흥, 내 말발에 대적할 사람도 없네.' ‘됐어. 어차피 화낼 거 다 냈고 배고 불렀으니까 집으로 가야지.' 그녀는 치맛자락을 들며 연수호에게 다가갔다. 입구 쪽에 다다랐을 때 와인잔이 떨어졌다. 김유정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와인이 한 방울도 빠짐없이 그녀의 드레스 위에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와인잔을 들고 있는 사람을 확인하려다가 마침 눈이 마주쳤다. 연하나는 속으로 아주 통쾌해하고 있었으나 겉으로는 미안한 척, 놀란 척 말했다. “어머, 미안해요, 언니. 손이 미끄러졌네요.” 김유정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치맛자락을 옮기며 툭툭 털고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연하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김유정은 옆에 있던 와인잔을 들더니 그대로 연하나에게 뿌렸다. “꺄악!” 갑작스럽게 와인을 맞은 연하나는 소리를 질렀다. 앉아 있던 남정미가 벌떡 일어났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아, 미안해요, 하나 씨.” 김유정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와인이 남아 있는 잔을 들더니 머리에 쏟았다. “어머, 손이 미끄러졌네요.” ... 돌아오는 길, 김유정은 차창에 기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연수호는 그녀의 정교한 옆모습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왜? 아까는 그렇게 전투력이 강하더니, 이제 와서 기분이 안 좋아진 거야?” 김유정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네 가족들이랑 밥 한 끼 먹는 것도 참 피곤하다.” 연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어떤 사람들이랑 상대해야 하는지는 알겠지.” 김유정은 불쾌한 표정으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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