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장 이혼하겠습니다
정수진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김유정이 가져온 세 가지 제안을 모두 그 자리에서 부정해 버렸다.
대표 자리에 앉은 연수호는 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치 회의 내용이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곽혜인이 네 번째 제안을 제시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건 저희가 준비한 마지막 제안서입니다.”
이 내용까지 통과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많은 사람들이 화면에 띄워진 제안서를 보며 작게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김유정은 연수호를 슬쩍 쳐다봤다. 연수호는 여전히 편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으며 왠지 무료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손짓을 따라 멍하니 바라보니 하얀 손등에 이빨 자국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김유정은 갑자기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는 그날 다투던 장면이 떠올랐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손등을 물때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있는 힘껏 물었었다. 그래서 손등이 까지고 피까지 흘러나왔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김유정은 왠지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빠르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건 모두 연수호가 자초한 거야.’
그러나 김유정이 몰랐던 건 연수호가 이런 김유정의 표정 변화까지 세세히 캐치하고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는 것이었다.
“자성 그룹은 아무리 못해도 경성시에서 열 손가락 안으로 꼽히는 회사 아닌가요? 겨우 이런 제안서만 들고 와 사람 농락하는 겁니까?”
정수진은 재차 부정적인 말을 꺼냈고 김유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유정은 생각을 정리하고 손에 쥔 펜을 꼭 쥔 채로 정수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가 준비한 제안서가 모두 정 대리님 마음에 들지 않는 듯싶은데 정 대리님은 어떤 의견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정수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자성 그룹이 생각해야 할 일이죠. 우리가 만족할 만한 제안서를 가지고 오지 못했다면 저희는 다른 책임자를 교체할 생각도 있어요.”
“그래요.”
김유정은 손에 쥔 펜을 가볍게 테이블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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