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슬픔도 기쁨도 없는
경성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인 유안 그룹 본부는 다른 건물들보다도 한참 높아 구름까지 닿을 것 같았다.
그 건물의 가장 높은 층에는 넓은 평수의 대표 사무실이 있었다.
남자는 검은색 가죽 소파에 기대앉았고 맞춤 제작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모습이 우아하고 고귀해 보였다.
남자는 태어나길 삐딱하고 반항적인 성격으로 태어났는데 전혀 다른 두 분위기가 오묘하게 잘 섞였다.
갈색 머리는 반듯하게 정돈되었고 왼쪽 귀에는 작은 다이아가 반짝였다.
“대표님.”
이태호가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 대표님이 오셨습니다.”
연수호는 담뱃갑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이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
이우진은 소파에 앉은 사람을 슬쩍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웬일로 회사에 다 출근했어?”
연수호는 다리를 꼬고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왜요? 삼촌은 제가 여기 온 게 못마땅한가요?”
“드디어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내가 감히 무슨 수로.”
이우진은 그 옆자리에 앉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모레가 할아버지 생신인 건 알지? 네가 바쁠 걸 알고 신 비서를 시켜 준비하라고 했어. 초대장은 유정이한테 줬는데 전해 받았지?”
연수호는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로 담배를 빨아들였다.
“할아버지 생신은 삼촌이 수고하겠네요.”
“가족끼리 수고는 무슨. 그러는 너야말로 걱정 좀 그만 시켜. 회사 일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연수호가 눈꼬리를 접은 채로 말했다.
“그러면 삼촌 좀 쉬는 게 어때요?”
이우진이 코에 걸친 안경을 위로 올렸다.
“그게 무슨 뜻이니?”
연수호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담뱃불을 껐다.
“요즘 삼촌이 너무 수고하시니까 휴가라도 다녀오시라는 뜻이죠 뭐.”
“새 프로젝트 말고 추진 중인 프로젝트도 있는데 휴가는 말도 안 되지.”
이우진이 덤덤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침착하게 정장 외투를 정리했다.
“참, 시간이 되면 너희 엄마 보러 좀 다녀와.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네 엄마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
연수호는 미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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