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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장 내 아내가 여기 있는데

백혜지라는 이름을 듣자 연수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이내 별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그 사람이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신경 써야 해?”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러니까 그때 보라색 목걸이 선물했다고 이혼하자고 한 거야?” 김유정은 살짝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하얀 볼이 다시 한번 꼬집혔다. “김유정, 넌 가끔 참 머리가 안 돌아가.” 대놓고 놀림을 당하자 김유정은 기분 나쁜 듯 연수호를 노려봤다. “그때 수호 씨 행동이 어땠는지 기억 안 나? 당신이 그렇게 행동했으니까 내가 잠깐 착각한 거지.” 연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착각이었다는 걸 인정했으니... 언제 나랑 같이 돌아갈 거야?” ‘돌아간다’는 말을 듣자 김유정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아무런 대답도 없자 연수호는 그녀의 속내를 짐작한 듯했다. “괜찮아.” 그는 부드럽게 말하며 손을 들어 김유정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뜨렸다. “경성시는 좀 답답하지. 나도 바빠서 너랑 제대로 시간도 못 보냈고. 마침 이 기회에 좀 더 놀다가 가도 돼.” “수호 씨는 안 가?” 김유정이 묻자 연수호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내 아내가 여기 있는데 내가 왜 가? 또 도망치면 어디서 찾으라고?” 그가 너무 당당하게 말하자 김유정은 고개를 돌리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반박하지 않는 걸 보니 연수호는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근데 여기 계속 있기엔 좀 위험해.” 그는 김유정의 손을 가만히 잡아 쥐며 말했다. “놀고 싶으면 나랑 론디안으로 가자.” 전날 밤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김유정도 여기 계속 머무르고 싶지는 않았다. “내 짐 아직 아파트에 있어.” 아파트 이야기가 나오자 연수호의 미간이 다시금 찌푸려졌다. “쓸데없는 거잖아. 그런 거 굳이 챙길 필요 없어. 필요하면 다시 사면 되지.” 그곳엔 그녀의 옷도 장신구도 신분증도 있었다. 어떻게 그걸 다 ‘쓸데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줌마가 준 인형도 거기 있어.” 김유정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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