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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약이라도 잘못 먹은 건가?

분명 고의였다. 김유정이 무언가 말하기도 전에, 앞에 있던 남자가 먼저 거친 말을 내뱉었다. “눈 안 달렸어? 어?” 하루 종일 엉망이었던 기분이 그 말에 폭발했다. “눈 없는 건 너 아니야? 이렇게 넓은 길 놔두고 왜 나랑 부딪히냐고?” 남자는 비웃으며 말했다. “웃기네. 내가 일부러 너랑 부딪히기라도 했다는 거야?” 그는 음흉한 눈길로 김유정의 술에 젖은 옷을 훑어보며 말했다. “이렇게 야하게 입은 건 아무나 하나 걸려보라 하고 나온 거야? 꽤 유혹적인데?” 헌터바에는 권력 있는 남자들에게 접근해 몸을 팔아 인생을 역전하려는 ‘그런 여자’들이 흔했다. 그러나 김유정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거침없이 받아쳤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그냥 출근룩 입은 건데도 유혹적으로 보이는 거야? 너 같은 놈한테는 뭐든 그렇게 보이나 보지. 집에 계신 네 엄마도 야하게 보였어? 이 패륜아 새끼야...” 남자는 김유정이 이렇게 대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술잔을 쥔 손이 떨리며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 “뭐라고?” “못 알아들었어? 네 묘비에 ‘패륜아’라고 새겨줄까?” 김유정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계집애 주제에 건방지게 굴어?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남자는 이렇게 대놓고 무시당한 적이 없었다. 분노한 그는 손을 들어 김유정의 뺨을 치려 했다. “탁!”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강하게 날린 펀치였지만, 맞은 것은 김유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남자가 얼굴을 얻어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김유정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키 큰 남자가 서 있었다. 그녀를 그의 등 뒤로 완전히 가려 보호하고 있었다. 김유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확인했다. ‘안수철 씨?’ 안수철은 연수호의 곁에서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키가 크고 체격도 좋으며 실력으로도 유명했다. 방금도 언제 나타나서 손을 썼는지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바닥에 나뒹굴었던 남자는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검은 옷을 입은 낯선 남자를 노려보았다. 상류사회 모임에 빠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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