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장 한 여자만 바라보는 바보
고풍스러운 연씨 가문 저택 앞에는 돌로 만든 정교한 백호가 지키고 있었는데 눈이 부리부리한 게 마치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 저택에 까만색 맞춤형 롤스로이스가 멈춰 섰다. 푸른 기와에 벽돌로 만든 저택 안에서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호야, 오랜만에 이 할아비랑 같이 식사하는구나.”
여든은 넘는 연성필이 까만 셔츠를 입고 박달나무 의자에 앉아 옆에서 와인잔을 살살 흔드는 연수호를 바라봤다. 저번 생일파티 때에 비해 기분이 좋아 보이고 안색도 피어있는 걸 보니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연수호가 가볍게 웃었다.
“할아버지. 저택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싫어하셨잖아요. 그래서 일부 뺐어요. 앞으로 더는 정신 사나울 일 없을 거예요.”
“나 노망날 나이는 아니다.”
연성필이 콧방귀를 뀌더니 혼탁하지만 명석한 눈빛으로 손주를 바라봤다.
“보디가드는 네 말대로 많이 뺐더구나. 대신에 몸은 좋은데 말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던데 혹시 용병이야?”
연수호가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까만 슈트에 하얀 셔츠를 받쳐입고 단추를 두세 개 정도 풀어헤친 연수호는 어딘가 나른해 보였다.
“역시 할아버지는 못 속인다니까요.”
“난 나이가 들었을 뿐이지 노망난 게 아니라니까.”
연성필이 그런 연수호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그 사람들 상대할 때 태상이 그놈도 너희 할머니한테 사탕 얻어먹을 때였어.”
연태상의 이름이 나오자 두 사람 다 말이 없어졌다. 연성필이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연성필 평생 나쁜 짓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데 하늘도 참 야속해. 왜 하필 태상이 그놈을 데려간 건지.”
연수호가 어두운 눈빛으로 잔에 담긴 와인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너희 아버지랑 달라. 너희 아버지는 착해서 다른 사람을 끝까지 몰아가는 법이 없었지. 사업하는 사람이, 까딱 잘못하면 코 베어 가는 이 바닥에서 그렇게 인자해서는 안 되는 건데.”
연성필이 연태상과 눈매가 닮은 연수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넌 너희 아버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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