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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나한테 안 미안해?

김유정의 차분하고 덤덤한 말 한마디에 연수호는 침묵했다. 동시에 방금 그녀가 했던 말을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멈칫하는 그의 모습에 김유정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수호 씨.” 김유정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말했다. “우리 결혼하지 벌써 3년이야. 지난 3년 동안 사생활 기사가 몇 개 났는지 알아? 297개. 나는 수호 씨를 위해서 296개의 기사를 처리했고 그동안 스캔들에 연루된 여자만 134명을 만났어. 어떻게 당신은 내가 어떤 음식을 싫어하는지도 모를 수가 있어?” 남보다 못한 부부관계에 김유정은 현타가 왔다. 연수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운전대를 꽉 쥐고 액셀을 밟아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한참 동안 김유정을 바라봤다. “유정아...” 김유정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길가 난간 옆에 서 있었다. 서늘하게 불어오는 여름 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마음이 씁쓸한 탓인지 평소보다 쌀쌀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를 따라 차에서 내린 연수호는 검은 자켓을 걸쳐주었다. 정교한 자수가 겻들어진 자켓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우드 향이 배어있었다. 연수호는 곁에 서서 아무 말 없이 담배만 피우며 그녀를 바라봤다. “10살이었어.” 김유정은 멀리 떠 있는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아침에 학교 갈 때 엄마가 그랬어. 학교에서 돌아오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갈비찜을 만들어준다고.” “그날따라 엄마가 기분이 너무 좋아 보였어. 평소보다 훨씬 예쁘게 꾸몄거든. 세상에서 본 여자 중에 제일 아름다웠어.” “알고 보니 그날이 아빠와의 결혼기념일이었대.” 말을 이어가던 김유정은 고개를 숙이더니 허무한 듯 애처로운 미소를 지었다. 연수호는 가로등 아래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김유정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학교 끝나기도 전에 기사님이 급하게 데리러 온 거야. 표정도 안 좋고 엄청 당황하니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었지. 그런데 그날...” 숨이 막힐듯 목소리에서 흐느낌이 느껴졌고 어느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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