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장 살인이라도 저지를 듯한 분노

별장 밖에서 갑자기 차량 바퀴가 도로를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대, 또 한 대. 맨 앞에 있던 커스텀 고급 차량이 멈추자마자 날렵한 실루엣이 재빨리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곧이어 뒤따르던 차량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열 명 넘은 경호원들이 빠르게 내렸다. 별장 정원으로 시선을 옮긴 연수호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가득했다. 그곳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선명한 붉은 피의 흔적뿐이었다. 열려 있는 스포츠카의 트렁크, 핏자국으로 물든 종이 상자, 그리고 옆에 굴러떨어져 있는 피범벅의 사람 머리... 온 정원이 짙은 피비린내로 가득 차 있었다. 연수호는 바닥에 널린 것들을 스쳐보더니 온몸에서 섬뜩한 살기를 내뿜으며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손잡이에 손을 대려던 순간,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문에는 피가 묻은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김유정의 손바닥 자국이었다. “김유정!” 그는 문을 힘껏 밀어 열었다. 넓은 집 안은 환히 불이 켜져 있었지만 김유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유정!” 그는 손을 꼭 쥐고 심장이 목까지 뛰는 듯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눈길이 바닥으로 향했다. 핏자국은 점점 흐릿해지는 손바닥 자국의 형태로 문에서부터 옆에 있는 술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술장의 손잡이에도 핏자국이 묻어 있었고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다. 연수호는 술장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는 손에 쥔 휴대폰으로 통화를 이어가며 외쳤다. “유정아?”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술장 안에서 울려 퍼졌다. 연수호의 눈빛이 얼어붙었다. 그는 술장 문을 힘껏 열었다. 그 순간, 그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두 손은 단단히 주먹을 쥐어 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정도였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는 살인을 저지를 듯한 분노에 사로잡혔다. 작고 가녀린 몸이 술장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은 지저분했고 창백한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으며 옷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는 온몸을 떨며 아직도 통화 중인 휴대폰을 꼭 쥐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