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허시연은 여우주연상급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강은영은 자신의 언변으로 박씨 가문의 사람들의 기분에 맞춰주는 강설아에 비하면 허시연은 계략이 너무 후지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다시 태어나 갑작스레 강설아한테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강설아가 그리 쉽게 내쫓겼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휴대폰을 다시 탁자 위에 올려놓은 강은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하여 책을 읽고 있었다.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 강은영은 서류를 주러 온 직원인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았는데 들어온 사람은 곧장 그녀의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앞에 보이는 반짝이는 그 구두가 눈에 들어오자 강은영은 시선을 위로 옮기고 있었다. “진짜 그 사람하고 화해한 거야?” 박성철은 슬픈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에 박강우의 회사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강은영은 요 며칠 사이 그와 함께 공식 좌석에 나란히 드나드는 건 물론이고 회사로 오는 횟수도 점차 늘어가고 있었다. 강은영은 ‘척’하는 소리를 내며 손에 든 책을 덮더니 눈앞에 있는 남자를 매섭게 쳐다보았다. 전생에서 그는 지독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박성철은 말을 덧붙였다. “그 사람은 좋은 사람 아니야. 멀리하는 게 좋아.” “지금이라도 돌아서면 너한테 했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해. 해외 쪽에서도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야.” “그 말을 강우 씨 앞에서 할 수 있어?” 강은영은 비꼬는 어조로 물었다! 안색이 굳어져 버린 박성철은 눈가에 분노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낮은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게 된 강은영은 전생에 어쩌다 박성철한테 사랑에 빠지게 됐던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와 강설아가 수많은 곳에서 허점을 보였었는데 그녀는 마치 머리를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사람처럼 선택적으로 기억을 상실했었으니 말이다. 박성철은 감정을 추스르고 평소와 같이 입을 열었다. “은영아, 지금은 나하고 투정 부릴 때가 아니야.” “누가 너하고 투정 부려!” 입구에서는 박강우의 살기가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