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장

까놓고 말해 그는 그 누구도 반가워하지 않는 일들을 상대하기도 귀찮았던 것이다. 허나 지금 강은영이 화가 나 있는 모습을 보자 분노도 차오르는 동시에 마음이 초조한 그는 강은영의 옆으로 와서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손을 빼내고 그를 피하기만 하자 박강우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자기야.” 떠보는 듯한 부름에 강은영은 대꾸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녀는 자신이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 따라다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녀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맞을까? 그런데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면 왜 전생에 그녀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가 그녀를 찾으러 왔던 걸까? 이런저런 것들이 머릿속으로 뒤죽박죽이 되자 강은영은... 마음이 착잡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물었다. “허시연이 한 말이 사실이야?” 그 순간 박강우의 숨결이 거칠어지고 있다는 걸 강은영은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몇 년 동안 암컷 모기마저 접근하기 힘들었던 박강우였는데 오늘 밤 허시연이 그의 품에 안겨 울먹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한테는 그녀가 다른 여자들보다 다른 존재였을 것이다. “당신이 나갈 거야? 아니면 내가 나갈까?” 박강우가 아무런 답이 없자 강은영의 말투는 한결 더 차가워졌다. 그녀는 그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다. 그녀가 자신한테 나가라고 하자 한기를 풍기고 있는 박강우는 어두운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그녀를 흘겨보았다. “나 못 믿어?” 강은영은 답을 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는 강은영은 마음속의 공허함을 꾹꾹 억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하느님이 왜 자신한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강우를 만회하라고 준 기회인 거라면 차라리 돌아오지 않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는 그녀가 없으면 훨씬 더 행복할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한참이 흘러! 박강우는 몸을 돌려 싸늘하게 문 쪽으로 걸어갔고 ‘펑’하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