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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사실 그는 훨씬 더 일찍부터 서하린에게 마음을 뺏겼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부터. 그녀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서하린의 방에 들어가 그녀가 자신에게 쓴 편지와 그린 초상화를 찾을 수 없었을 때부터. Y국에 와서 그녀가 다른 사람과 데이트하고 결국 약혼하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그는 이미 자신도 모르게 그 뒤에서 그를 따라다니던 서하린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상하게 억누리고 있었고 그 억눌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치솟아 올랐다. 그렇게 억제된 감정은 결국 이 순간, 모든 것이 폭발했다. 한태훈의 심장은 마치 거대한 손에 움켜쥐어진 것처럼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팠다. 순간적으로 그는 모든 것을 잊고 무작정 2층으로 올라가 서하린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예전엔 그가 잘못했으니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와 달리 그의 발은 마치 못 박힌 듯 땅에 박혀 움직일 수 없었다. 하얀 눈이 그의 몸에 내리 쌓였지만 그 차가운 날씨보다 더 차가운 것은 그의 가슴속이었다. 그는 그저 멍하니 한때 자신을 사랑했던 그 소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서서 달콤한 말을 나누는 모습을 바라봤다. 서하린의 눈 속에는 오랜만에 보는 사랑과 기쁨이 가득했다. 어렴풋이 그는 오래전 비 오는 밤을 떠올렸다. 그날의 비는 오늘 내린 눈처럼 많이 내렸다. 그 날 밤, 그는 한 건물을 사이에 두고 창문 너머로 차연희와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그런데 서하린은 그 비 속에서 무릎을 꿇고 밤새 그들을 지켜봤다. 그는 그날 밤 서하린의 절망이 점점 깊어지는 것을 보았다. 서하린은 결국 눈을 감고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지금, 그는 마침내 그녀가 겪었던 그 고통과 절망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성 앞에서 서 있는 ‘눈사람’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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