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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한태훈은 상자 속에서 가장 위에 놓인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그 위에 적힌 커다란 글자가 그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차연희의 범죄 관련 증거.’ 순간, 그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떨리는 손으로 상자 속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점점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한씨 가문의 저택. 따뜻한 햇살 속에서 나른하게 잠들어 있던 차연희는 갑자기 울린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반쯤 감긴 눈으로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태훈의 아내가 되고 나서 나를 완전히 잊은 거야?” 차연희의 손이 잠시 멈췄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낮게 웃었다. “잊다니? 내가 어떻게 잊겠어?” “넌 내가 본 최악의 킬러야.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결국 제대로 처리도 못했잖아.” “나 같으면 진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거야.” 차연희가 상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검은 그림자가 조용히 유리문 너머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갓 피어난 장미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지만 그 아름다움조차 그 남자의 깊고 어두운 눈빛을 가릴 수 없었다. “아악!” 전화를 끊자마자 차연희의 날카로운 비명이 유리 온실 안을 가득 채웠다. “쾅!” 순간, 하늘을 가르며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번쩍였다. 쏟아지는 비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한 사람이 급히 가정부들에 의해 실려 구급차로 옮겨졌다. 폭우 속, 차연희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셨다. 그러나 이내 거센 빗줄기에 휩쓸려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 남자의 검은 구두가 바닥에 번진 핏자국 위를 조용히 밟으며 멀어져 갔다. Y국. 한씨 가문의 혼란은 멀리 떨어져 있는 서하린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녀는 Y국으로 떠나기 전 자신의 몸을 다시 한번 점검하며 외부에 노출될 수 있는 상처가 없는지 철저히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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