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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10분 전에 연락받았어.” “재원이 세명이랑 손을 잡을 줄은 몰랐네.” “나도 몰랐어.” 소유진이 한숨을 쉬는 온하준을 보며 물었다. “아까까지 재원에 있었잖아. 조아영이 말 안 했어?” “응. 한마디도 없었어.” 입을 다문 채 주먹을 쥐는 온하준을 바라보던 소유진이 그에게 서류 하나를 건넸다. “태하 금융 관련 자료야. 거기서 보낸 사람이 이민기래. 유학파라던데.” 파일 안에서 온하준은 남자의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서른 조금 넘어 보이는 남자는 짙은 눈썹과 딱 맞춰 입은 정장 탓에 한눈에 봐도 엘리트 같아 보였다. “이민기, 하버드 MBA 나오고 런던에서 박사학위까지 딴 사람이야. 고성과 에단에서 일하다가 2년 전에 귀국한 뒤로는 태하 금융에서 해외업무담당 이사로 지내고 있어.” 소유진의 소개를 들을수록 온하준의 미간은 점점 더 찌푸려졌다. “세명에서 준비를 많이 했나 보네.” “여기서 끝이 아니야. 방금 들은 건데 오늘 밤 카인 호텔에서 두 회사의 파트너십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린대. 그리고 이번 협약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게... 진은혜래.” “진은혜?” “이민기 모친이랑 둘이 오래된 친구 사이여서 두 집안 사이에 결혼 얘기가 오갔다나 봐.” “하준아, 진은혜가 전에 너 해성 떠나라고 협박한 거 기억나?” 온하준은 그 일을 기억하고도 남았다. 그녀는 매번 고고한 자태로 온하준은 조아영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를 해성 밖으로 쫓아내려 했었다. “이제야 알겠네.” “그런 거였어.” 온하준이 냉소를 흘리자 소유진이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일단 타. 나머지는 회사 가서 얘기하자.” 가는 내내 조수석에 앉은 온하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조아영이 변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자신을 속이기 위해 꾸며낸 모습이었을까 봐 불안했고 또 거기에 속아 넘어간 자신이 너무 멍청해 보였다. “하준 씨, 내가 제안 하나 해도 돼?” “무슨 제안?” “오늘 밤 파티에 우리도 가자.” “진심이야?” 온하준의 질문에 소유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거기서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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