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바로 대답하지 않은 온하준은 창밖의 비를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7년간의 결혼 생활, 달콤함도 고통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허무함으로 돌아갔다.
“그런 것 같아. 아쉬움은 있지만 사랑 같은 건 이제 없어.”
요리가 하나둘씩 나오자 두 사람의 대화도 점점 가벼워졌다.
각자의 대학 시절, 일상생활 속 에피소드, 좋아하는 책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은 식당에서 그들은 비즈니스의 암묵적인 전쟁과 내일의 고민을 잊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잠시나마 음식을 즐겼다.
식사 후, 비가 그치자 소유진이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근처에 오래된 거리가 있는데 밤공기가 좋아.”
가로등이 돌담길을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온하준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에 도취했다. 이것은 7년간의 결혼 생활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고마워.”
온하준이 갑자기 한마디 했다.
“오늘 네 덕분에 많이 힐링 됐어.”
소유진이 미소를 지었다.
“나도. 가끔 너무 바빠서 삶의 즐거움을 잊곤 하지.”
길모퉁이를 돌려던 순간,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조아영이었다.
조아영은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보석 가게에서 나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춘 온하준은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조아영이 그들을 이미 발견했다.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했다. 처음엔 놀란 표정을 짓던 조아영은 이내 분노하는 표정이더니 또다시 쓴웃음으로 바뀌었다.
“온하준?”
“기막힌 우연이네.”
온하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게.”
소유진과 온하준을 번갈아 본 조아영은 두 사람이 가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은하수 프로젝트 얘기하자고 전화할 때는 회사에서 야근 중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보니 소 대표님과 데이트 중이었구나?”
“저녁 먹으며 업무 논의한 거야.”
“업무? 전혀 그렇게 안 보이던데.”
소유진이 미소를 지었다.
“조아영 씨, 비즈니스 파트너 간에 소통하는 건 정상적인 일 아닌가요. 오히려 그쪽이...”
소유진이 조아영 곁의 남자를 흘끗 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