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부정당한 수단
적어도 나유아한테는 디자인 원고가 아주 중요했다.
나유아는 고선호가 가져다줄 줄 몰랐다. 고선호가 나유아를 도와준 것도 사실이었다.
나유아는 손에 디자인 원고를 들고 열심히 위에 있는 자국을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안 닦아지자 재빨리 똑같이 그리면서 말했다. "다음엔 내가 조심할게.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성효진은 마음의 큰 짐을 내려놓게 되자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내 탓이기도 해. 내가 전공 잘 살렸으면 이렇게 너한테 폐가 되지 않았을 텐데."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나유아는 방송팀에서 성효진의 창작 과정을 보려고 들어온 것 같아 재빨리 일어나서 성효진한테 준비하라고 눈치를 주었다.
소파에 누워있던 성효진은 바로 자세를 바로 고치고 펜을 들고 원고를 한 장 집어 들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유아가 곁에 두었던 더럽혀진 그 원고였다.
어차피 똑같은 원고였기에 상관없었던 성효진은 재빨리 펜을 들고 마무리하는 척했다.
나유아는 널브러져 있는 원고들을 가방에 넣고 표정을 정리하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분홍색 렌즈를 착용한 눈동자와 마주쳤을 때 나유아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배지혜 씨, 대표님 아직 바쁘신데 무슨 일이시죠?"
배지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다정하게 부르며 답했다. "어머, 유아 씨. 사이즈 재러 온 거예요. 온 김에 효진 언니가 뭐 하는지도 보려고요."
나유아는 뒤에 있는 카메라 감독님을 보고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키고 몸을 비켜주며 말했다. "네."
배지혜는 마치 팬처럼 문에 딱 붙어서 성효진한테 인사를 했다. "효진 언니, 언니가 그리는 걸 보려고 온 건데... 벌써 다 그린 것 같네요."
배지혜는 성효진이 그린 디자인 원고를 뚫어져다 쳐다보았다.
위에 있는 자국이 선명하지 않았지만, 배지혜는 그게 자신의 발자국이라는 걸 확신했다.
어제 고선호 방에서 나오기 전에 배지혜가 일부러 그 종이를 발로 밟았었다.
'그러니까 어젯밤 고선호 방에 있었던 사람이 성효진이었어?'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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