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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연기 고수

할머니한테서 걸려 온 전화인 걸 확인한 나유아는 조심스럽게 고선호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고선호는 나유아의 난감한 표정과 함께 기대하는 눈빛을 느꼈다. 나유아는 고선호를 재촉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뒤돌아 떠났다. "할머니..." 나유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사무실 문을 닫아 버렸다. "유아야, 선호 만났어?"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집에 불을 켜면 할머니는 눈이 더욱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아가 걱정할까 봐 눈이 안 보인다는 걸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 할머니의 유일한 소망은 유아와 선호가 잘 지내는 것이다. 할머니는 두 사람의 아이를 볼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생각에 잠겨 있던 할머니는 나유아가 여러 번 불러서야 정신을 차렸다. "어? 방금 뭐라고 했어?" "선호 아직 미팅 중이라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할머니 배고프시면 먼저 드세요. 우리 안 기다려도 돼요." 나유아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고선호가 언제 일이 끝날지 나유아도 몰랐다. 언제까지 나유아를 난감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유아는 오늘 고선호를 기절시켜서라도 할머니한테 데려가려고 마음먹었다. "괜찮아, 나 배 안 고파. 너희가 오면 같이 먹지 뭐. 운전 조심해." 할머니께서 신신당부하셨다. "알겠어요. 할머니." 나유아는 고객을 끄덕이더니 뭔가 떠올랐는지 또 할머니한테 당부했다. "할머니, 음식이 식으면 주방에 가서 데우지 말고 제가 갈 때까지 기다려요." 나유아는 할머니가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줄 모를까 봐 걱정됐다. "그래, 그래, 알겠어. 걱정 마. 안 사용할게." 나유아는 그제야 마음이 놓여 전화를 끊고 가만히 문 앞에서 고선호를 기다렸다. "사모님 안녕하십니까." 업무 보고 하러 온 강우혁은 인사만 하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고선호한테 결제받을 서류를 넘겼다. "대표님, 10분 뒤에 미팅이..." "미팅 취소해. 저녁에 온라인으로 미팅한다고 해." 고선호는 서류에 힘 있게 사인했다. 강우혁은 조금 놀랐다. 고선호를 따른 지도 꽤나 오래됐지만, 그는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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