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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웨딩드레스의 의미

"난 그 여자를 좋아한 적이 없어." 고선호가 강조했다. "전에 내가 물은 적 있지. 그 드레스가 왜 7억1천8백만 원이냐고. 넌 아마 지금도 모를 거야." 나유아가 고선호를 빤히 쳐다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한때 내가 너에게 말했던 웨딩드레스인데 배지혜가 마음에 들어 하니 넌 바로 스튜디오에 말해서 걔한테 팔았어." 고선호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떨렸다. 나유아는 시선을 거두고 침을 한 번 삼킨 후 계속 말을 이었다. "웨딩드레스를 팔아버린 그 순간, 난 과거를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맞이했어." "왜 나한테 말 안 해줬어?" 고선호는 목이 뻣뻣해졌다. 나유아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야유 섞인 미소를 날렸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결혼은 남녀 둘이서 하는 일이지 여자 혼자, 혹은 남자 혼자 해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고선호는 둘 사이의 결혼이 말없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걸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너는 나를 신경 쓴 적이 없으니 아무 것도 몰랐던 거야." 나유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너랑 결혼한 3년 동안 네게 관심 받고, 한 번만이라도 날 바라봐달라고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 알아? 넌 전혀 거들떠보지 않을 뿐더러 되레 날 조롱하더라." "유아야..." 고선호는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사과하고 싶어?" 나유아는 고개를 돌려 야유 섞인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고선호는 사과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안다. "이제 와서 사과해도 아무 의미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한 일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은 해야겠어." 고선호는 옆에 놓인 손을 꽉 쥐었다. 나유아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이 사과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저녁에 나유아는 여기서 쉬기로 했고, 고선호도 함께했다. 방이 한 개밖에 안 남아 두 사람은 마지못해 비집고 들어가 지새워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두 사람은 별안간 거리감이 생겼다. 낮에 한 대화로 고선호는 처음 그녀를 당연하다는 듯이 터치할 수가 없게 됐다. 둘은 마치 권태기가 온 부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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