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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장 우연한 만남

고선호는 그 위에 누워서 곧바로 잠들었다. 나은희는 방에서 담요를 꺼내 그의 몸에 덮어주었다. 고선호의 눈가에 쌓인 근심 가득한 모습에 할머니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나은희는 주방에 돌아가 만두를 다 건진 후 나유아에게 카톡 페이스톡을 걸었다. 곧이어 통화가 연결됐다. 나은희는 나유아를 보며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 "요즘 하는 일은 좀 어때?" 나유아는 갑자기 걸려온 할머니의 전화에 고선호와 관련된 일이란 것을 바로 알아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나은희에게 물었다. "그럭저럭 괜찮아요. 무슨 일 있으세요 할머니?" "네가 오랫동안 안 와서 조금 보고 싶네. 구정 때 설날부터 꼬박 사흘을 선호랑 함께 보냈어. 나 혼자 외로워할까 봐 선호가 일부러 이리로 왔잖아." 나은희가 가볍게 속삭였다. 그녀는 주방에 앉아 현관방에서 휴식 중인 고선호를 힐긋 바라봤다. 나은희는 내심 고선호를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집에서 지내기가 탐탁치 않은지 올해는 마음이 답답할 때면 만두 먹으러 이리로 찾아오곤 한다. 나유아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그녀는 잠시 침묵한 후 나지막이 할머니께 물었다. "구정 때 선호가 할머니랑 세 날을 함께 보냈다고요?" "그렇다니까."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나유아는 마음이 살짝 복잡해졌다. 좀 더 얘기를 나눈 후 나은희가 볼일이 있다며 이만 통화를 마쳤다. 사무실에서 앉아있는 나유아는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고선호는 이 일을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분명 이 일로 그녀에게 공로를 따낼 수 있는데 왜 함구한 걸까? 점심 무렵, 나유아가 시골로 돌아왔다. 고선호는 한창 나은희와 함께 마당에서 채소를 따고 있었다. 그는 채소밭에 쪼그리고 앉아 2월 말의 어린 배추속대를 열심히 땄다. 나유아는 울타리 밖에 서서 놀라움에 휩싸인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오늘 출근 안 했다고?' 어쩌다 할머니를 뵈러 왔다가 고선호와 마주치다니. "유아야." 나은희가 몸을 돌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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