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그때, 임천우가 유국림에게 눈짓했고 그를 확인한 유국림은 순간 멈칫했다. 그도 직장을 수십 년간 다닌 사람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임천우의 뜻을 알아차렸다. 임천우가 유국림의 병을 고쳐주고도 묵묵히 떠났다는 건 그가 헛된 명성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하긴, 비범한 실력을 가진 이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아는 것을 꺼렸다. "괜찮습니다, 얼른 앉으시죠." 유국림이 임천우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유국림의 열정적인 인사를 받은 윤진흥과 윤시아는 멍청한 얼굴로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유국림과 제일 가까운 자리는 진명해가 특별히 진씨 집안을 위해 남겨둔 자리였기에 다른 이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 "어르신, 여기는 저희 진씨 집안 자리..." 진명해가 얼른 입을 열었지만 유국림이 그를 힐끔 보더니 대답했다. "윤 회장님이랑 처음 만났는데 자꾸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 같아서 얘기를 나누고 싶으니 진 회장은 다른 자리에 앉으세요." "하지만..." 진명해는 더 말하려고 했지만 유국림이 그를 쏘아보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상회 파티는 인수에 따라 자리를 안배한 것이었다. 하지만 윤 씨 집안사람들이 진명해의 자리를 차지해 버려 그는 문 앞의 낮은 테이블에 앉을 수도 없어 호텔 직원처럼 어색하게 옆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윤진흥과 윤시아 부녀는 유국림 옆에 앉아 그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적당히 무르익었을 때, 윤진흥이 윤시아에게 눈짓했다. 윤시아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입을 열었다. "어르신, 제가 부탁할 일이 하나 있는데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유국림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윤시아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그동안 저희 윤씨 집안에서 상업 연합회에 가입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윤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명해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윤씨 집안은 아직 연합회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자격이 없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유국림이 진명해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