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이놈아, 네가 무슨 서부전역의 늑대왕인지 뭔지는 난 모르겠고, 무조건 부광시로 가서 윤씨 가문의 딸 윤시아랑 결혼이나 해!"
"10년 전, 부광시에서 윤영감이 날 구해줬을 때, 내가 윤영감한테 너랑 그의 손녀딸 윤시아가 결혼하는 걸로 이 은혜를 갚기로 이미 약속했다."
"봉투에 있는 옥패 반쪽이 바로 이 혼약의 징표다. 편지에 윤씨 가문의 주소랑 윤소아의 사진과 연락처가 다 있으니 당장 부광시로 가서 결혼이나 해, 이놈아!"
"내년까지 나한테 금쪽같은 손주를 안겨주지 못하면, 네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네 엉덩이가 터질때까지 걷어차주지!" 손에 쥐어진 꾸깃꾸깃한 편지를 보며, 임천우는 울며 겨자먹기로 부광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수백만 명의 늑대군 앞에서 감히 늑대왕의 엉덩이를 걷어찰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전 하국에서 원영감밖에 없을 것이다.
임천우는 고아였다.
그는 젖먹이일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나무통에 놓인 채로 강 아래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마침 강가에서 낚시를 하던 원영감이 그를 주워 용호산으로 데려갔고, 그는 원영감의 유일한 직속 제자가 되었다.
원영감은 그를 친아들처럼 대했고, 자신의 모든 기술을 그에게 아낌없이 전수하였다.
닭 울음소리와 함께 일어나 훈련한지 18년!!!
갖은 고생을 이 악물고 버텨낸지 18년!!!
임천우는 드디어 수많은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마침 서부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임천우는 전쟁터로 뛰어들어 나라를 위해 피 흘리며 싸웠다.
그는 한 쌍의 철주먹으로 적의 기염을 꺾었고, 홀로 100만 적군 사이로 뛰어들어 적군 대장의 목을 쳤다.
그 전투에서 그는 죽음의 신으로 널리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10년 간의 노력을 통해 그는 하국에서 가장 정예 부대인 늑대군을 거느리게 되었다.
백만 명의 늑대군이 국경을 굳건히 지키게 되었고, 임천우는 늑대왕이란 칭호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위풍당당한 늑대왕이 승리를 거두고 집으로 돌아오니, 사부님의 강요로 선을 보게 될 줄이야...
지끈지끈 아파오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는 임천우의 강인한 얼굴에는 막막함이 역력했다.
영감은 성격이 참 이상했는데, 제일 중요한 건 고집불통이라는 것이다.
그가 한번 마음 먹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
이번에 영감이 그더러 부광시에 와서 윤시아랑 결혼하라고 하니, 그도 영감의 뜻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3시간 뒤, 비행기는 부광시의 중심공항에 도착했다.
임천우는 부광시의 땅을 밟자마자 신선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변방의 피 비린내 나는 공기는 정말 도시의 공기와 비교할 바가 못되는구나!"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 근처에 모여 공항 게이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대단한 인물이 부광시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공항 근처에 모여있었다. 다들 그 대단한 인물이 누구인지, 그의 풍채를 한번 직접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공항 근처에 한발자국도 다가갈 수 없었다.
공항 근처에는 이미 경계선이 설치돼 있었고, 많은 무장 군인들이 경계선 양쪽을 지키고 있었다.
부광시의 갑부가 와서 아부를 떨려고 했는데도, 결국엔 그 총들에 막혀 다가갈 수 없었다.
임천우는 주위를 한번 빙 둘러보고는 드디어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바로 부광시의 시장 조현수였다!!!
임천우가 공항에서 나오는 것을 본 조현수는 90도로 몸을 굽혀 인사했고, 그의 말투는 경외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늑대왕님!"
임천우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현수 형, 우리가 그때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로 이미 3년이나 지났네요. 상처는 다 회복됐어요?"
"늑대왕께서 걱정해주신 덕분에 전 이미 다 나았습니다." 조현수는 자신보다 어린 이 늑대왕을 매우 존중했는데, 그 중에는 그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원인도 있었다.
그때, 조현수는 서부의 장교에 불과했고, 그가 통솔한 부대는 적군에게 포위당했다.
긴급 군사 보고를 받은 어린 늑대왕은 직접 군대를 이끌고 현장으로 가서 거의 죽어가는 조현수를 구출했다.
그후, 조현수는 부상으로 인해 은퇴하고 부광시의 시장이 되었다.
늑대왕이 직접 부광시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여기에서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늑대왕님, 어서 차에 타십시오!"
조현수는 롤스로이스의 문을 열고, 두 손으로 공손히 자리를 안내했다.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내가 눈이 멀었나?"
"조시장님이 고작 저 젊은이를 마중하려고 이렇게 성대하게 준비했다고?"
"우리 조시장님이 얼마나 하늘 높은 줄 모르시는 분인데, 저 젊은이한테 저렇게까지 하시는 걸로 봐서는, 저 젊은이가 절대 보통 사람은 아닐거야!"
"설마 서경시 어느 가문의 도련님이신가?"
수많은 시선 속에서 임천우는 롤스로이스에 올라탔다.
조현수는 몸을 굽혀 한쪽에 서서 아주 공경하게 말했다. "늑대왕님, 제가 이미 연회자리를 마련했는데, 지금 바로 모시겠습니다..."
"필요 없어요."
임천우는 바로 손을 흔들며 조현수의 말을 끊었다. "현수 형, 바로 뷰티 카페로 데려다줘요!"
"늑대왕님, 뷰티카페에는 무슨 일로?"
"선 보러요..."
임천우는 이마를 만지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조현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무슨 상황이지?
백만 명의 늑대군을 거느리는 늑대왕이, 권력이 하늘을 찌르고 수많은 재부를 누리고 있는 늑대왕이 어쩌다가 선을 보는 지경에까지 이른거지?
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임천우의 지시에 따라 직접 운전하여 뷰티카페로 향했다.
뷰티카페는 도심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는 땅값이 워낙 비싸 물가도 한없이 비싸다.
여기서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은 전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임천우가 카페에 들어서자 마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예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그녀는 맞춤 제작된 화이트 슬림핏 스커트를 입고 있어 그녀의 볼륨 있는 몸매와 분위기를 완벽하게 돋보이게 했고, 매혹적인 눈매는 차가운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그녀의 긴 생머리 위로 쏟아져,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마냥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분위기, 외모, 재부를 모두 가진 완벽한 이 미녀가 바로 윤씨 가문의 딸 윤시아이다.
임천우는 사진과 한번 비교해본 후 윤시아를 향해 걸어갔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한 윤시아는 턱을 살짝 들고 거만한 눈으로 임천우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임천우야?"
"그래." 임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징표는?"
윤시아의 목소리는 너무 차가웠고 마치 사람을 천리 밖으로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임천우는 반쪽 옥패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윤시아는 옥패를 집어 한번 보고는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직설적으로 말할게."
"당신의 자료는 내가 이미 오기 전에 다 봤어. 당신은 어릴 때부터 산에서 자란,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가난뱅이!"
"근데 난 윤씨 가문의 딸이자 금영그룹의 총재야."
"당신은!"
"내 레벨이 아니야!"
윤시아의 차가운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부광시 금영그룹의 미녀 총재인 그녀는 이 가난뱅이와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근데 왜 할아버지는 굳이 이 가난뱅이한테 시집을 가라고 했을까?
임천우는 순간 흠칫 놀랐다.
얼마나 많은 황실의 공주와 귀족 딸들이 그를 눈독 들이고 있는데, 이 여자 입에선 그는 그저 산골짜기의 가난뱅이라니?
임천우가 대답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본 윤시아는 임천우가 두 사람 사이의 신분 차이를 느꼈다고 생각했고,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담긴 경멸은 더욱 강렬해졌다. "할아버지가 왜 당신과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야."
"이 결혼, 내가 무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