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차는 워터리로 향했고, 임천우는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
주경미는 임천우를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닥터 오라버니, 다음에 우리 할아버지 병원에 오면 차 한 잔 대접할게요!"
"그래요."
윤시아 집 앞에 도착한 임천우는 손을 들어 노크하려고 했다.
"벌컥!"
그러나 문이 갑자기 열리고 말았다.
윤시아는 굳은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임천우를 보며 말했다. "우리 집은 통금 시간 있어. 5분만 더 늦었으면 밖에서 잘 뻔했네."
"부광시는 처음이라 여기저기 둘러봤어." 임천우가 덤덤하게 답했다.
"들어와."
윤시아는 등을 돌려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더니 임천우를 보며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할아버지 댁에 다녀오자."
"내일 할아버지 만나면 내가 하는 말만 들어.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알았지?" 윤시아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응."
윤시아의 말을 들은 임천우가 대답했다.
윤시아는 그제야 몸을 일으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침실 문을 잠그자마자, 윤진흥의 전화가 걸려 왔다. "시아야, 임천우에게 잘 말했지?"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임천우에게 말했으니 내일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
그날 밤.
윤시아는 잠들기 전, 문을 잠갔는지 확인하고 전기봉과 호신용 스프레이를 침대맡에 두었다.
다음 날 아침.
윤시아는 임천우와 함께 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마침 윤영종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윤영종은 임천우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천우야, 부광은 지낼 만하더냐?"
"나름 적응할 만했습니다!" 임천우가 웃으며 답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윤영종은 갑자기 말을 돌리더니 물었다. "천우야, 시아가 한 말은 생각해 보았냐?"
이 말을 들은 임천우는 흠칫했다.
무슨 말이지?
윤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임천우는 고개를 돌려 윤시아를 바라보았다.
윤시아는 윤영종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어제 천우 씨랑 의논해 봤는데요... 자기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부장은 좀 버겁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 사무실 비서로 있으면서 경험을 쌓기로 했어요." 말을 마친 윤시아는 임천우에게 눈치를 줬다.
임천우는 순간 윤시아의 뜻을 알아차리고 이에 답했다. "할아버지, 지금은 이 자리가 제일 적당한 것 같아요. 일단 경험부터 쌓을게요!"
"그래!"
윤영종은 하얀 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젊은이들이 처음부터 시작하면서 경험을 쌓는 건 좋은데, 우리 손녀사위를 홀대하면 안 되지!"
"알겠어요."
윤시아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희는 먼저 회사에 가볼게요."
곧바로 두 사람은 금영그룹에 도착했다.
사장님 사무실 안.
윤시아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들고 임천우에게 말했다. "앞으로 내 사무실 청소만 해. 그러면 한 달에 200만 원 줄게. 알겠지?"
"응." 임천우가 답했다.
"그럼 시작해."
윤시아는 서랍을 열고 파일 봉투를 꺼냈다.
윤시아가 사무실을 떠나자, 임천우는 사무실을 쭉 훑어보기 시작했다.
임천우는 군인의 직감으로 사무실에 도청기가 있다고 확신했다!
사무실에서 한바탕 수색한 후, 임천우는 도청기 다섯 개를 찾아 몽땅 부숴버렸다.
일을 마친 임천우는 큰 창문 앞에 서서 굽이치는 전운강을 바라보았다.
임천우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게 좋았다.
높이 서야 멀리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점심.
윤시아가 돌아왔다.
칼단발에 유니폼을 입은 여자와 함께 말이다.
여자의 밝은 눈동자에는 경계심으로 가득했고, 강력한 포스를 풍겼다.
이런 기운을 느낀 임천우는...
전우를 본 것마냥 익숙했다!!!
전장을 수없이 누빈 군인만이 이런 포스를 풍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시아가 소개했다. "임천우, 이분은 아빠가 직접 고용하신 경호원 손미향 씨야."
"미향 씨는 18살에 격투기 챔피언을 따냈고, 20살에 남부 전역 여자 특공대에 입대했어!"
"입대하는 동안, 고난이도 임무를 총 20번 수행했고, 일등 공훈 3회, 이등 공훈 5회, 삼등 공훈 9회를 따냈지."
"퇴역 후, 미향 씨는 여자 경호원 팀을 만들어 남성 경호원은 할 수 없는 밀착 경호를 시작했어." 윤시아는 임천우를 협박하는 듯 손미향의 과거를 모두 말해주었다.
윤시아는 임천우를 협박하는 게 맞았다.
임천우는 어깨를 들썩이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윤시아와는 연기일 뿐이니 말이다.
윤시아도 더는 임천우를 신경 쓰지 않고 손목시계를 힐끔 쳐다보았다. 어느덧 12시가 되어갔다.
"미향 씨, 일단 우리 집에 가서 짐부터 놓을까요?"
"시아 씨, 잠시만요."
손미향이 윤시아에게 말했다. "돈을 받았으니, 시아 씨의 안전은 이제 제 책임입니다. 사무실에 도청기가 없는지 확인만 하고 갑시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윤시아는 손미향의 전문적은 솜씨를 아주 높이 샀다.
손미향은 사무실에서 한바탕 수색했지만, 도청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몰랐다.
손미향이 오기 전에, 임천우가 이미 도청기를 모두 깨끗하게 처리했다는 것을.
사무실에 도청기가 없다는 걸 확인한 세 사람은 차에 타고 워터리로 향했다.
길에서.
손미향이 윤시아에게 안전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던 중, 임천우의 눈빛은 줄곧 백미러에 있었다.
차에 탄 후 부터 지금까지 쭉 말이다.
임천우는 봉고차 두 대가 뒤를 따르고 있으며, 우연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
곧 워터리로 들어가는 길에, 봉고차 한 대가 추월하더니 앞길을 완전히 막았다.
"뚜뚜..."
윤시아는 경적을 두 번 울렸다.
그러나 봉고차는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윤시아는 차를 돌려 다른 길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뒤에서 또 다른 봉고차가 나타나더니 뒷길까지 막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