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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잠자리

지옥과 천국을 오가며 빈털터리와 벼락부자 사이에서 간을 보는 게 도석의 매력이라고 한다. 이 업계에 몇년간 발을 담근 김민정은 지금에서야 그 말이 무슨 뜻이지 깨달았다. 800만 원으로 한순간에 백만장자가 되어 신이 나면서도 절제된 자세와 차분함을 유지했다. 핏줄 섞인 형제들도 재산 분할로 싸우는 현실에 그녀와 주지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실 김민정은 주지혁 밑에서 일하는 매니저에 불과하다. “민정아, 이제 그만해. 같은 식구끼리 금액을 부르는 게 말이 되니? 자, 다들 구경하지 마시고 각자 할 일 합시다.” 주지혁은 사업가의 뻔뻔함과 파렴치함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때 김민정은 방금 결재한 영수증을 꺼냈다. “대표님, 모른척하실 건가요?” 김민정의 표정은 싸늘했다. “금액 제시할 생각이 없으면 다른 분한테 팝니다?” “민정 씨, 제가 35억에 살게요.” 아니나 다를까 구경하던 손님들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이 루비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며 순이익 40억에서 60억을 보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감사합니다. 소 대표님.” 현장에 여러 큰손이 있었기에 김민정은 이 원석이 안 팔릴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주지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지금껏 김민정과 한식구라고 생각했는데 관건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맞으니 배신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팩트만 놓고 보았을 때 아무리 원가도 팔았다 한들 김민정이 돈을 주고 산 건 변함없기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표님, 어떡하실 건가요?” 김민정은 돈을 손에 넣자마자 바로 주지혁을 차버리기로 결심했다. 더럽고 못생긴 그와 2년 동안 지내면서 받은 돈이 고작 6억에 불과했으니 이제는 이런 역겨운 생활을 그만하고 싶었다. 김민정은 잘생기고 몸 좋은 젊은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 여운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했고 한순간에 수십억을 벌게 해준 강준에게 모든 걸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민정아,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얘기하자.” 주지혁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졌다. 김민정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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