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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수능 원서를 받아든 주은우는 강성대 코드를 찾은 뒤 코드와 학원명을 써넣었다. “주은우, 너 정말 강성대만 썼어?” 도시아는 손에 펜을 쥐고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주은우는 직접 자신의 지원서를 밀면서 말했다. “봐... 다 작성했어.” 지원서에는 강성대만 적혀 있었다. 도시아의 맑은 눈망울에 묘한 빛이 스쳐 지나가며 빙그레 웃더니 입을 열었다. “자신 있는 것 같은데?” “당연하지!” 주은우는 맹세하며 말했다. 환생자인데도 강성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하면 두부 한 덩이에 부딪혀 죽는 거나 다름없었다. 도시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지원서에 강성대를 적었다. “반장, 너의 성적으로 스카이에 갈 수 있고, 아무리 못해도 명문대는 갈 수 있을 텐데 왜 강성대 같은 일반 대학을 선택했어?” 펜을 쥔 도시아의 작은 손이 살짝 굳어지더니 귀밑이 조금 붉어졌다. 주은우는 알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혹시 좋아하는 사람도 강성대를 적었어?” 그는 이기준 학습반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기준 맞지?” 이기준은 재벌 2세로 키가 175cm이고 늘 기세가 당당하며 학업 성적이 상위권이다. “그것도 아닌데...” “이기준의 실력과 집안 배경이라면 명문대는 진학할 거야.” “단성우인가?” 주은우는 눈을 반짝이며 유사영 앞에 있는 단성우을 바라보았다. “단성우, 무슨 학교에 지원했어?” 유시영은 펜 뒤끝으로 앞에 앉은 단성우을 찌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강성대구나!” “너는?” “나도 강성대 적었어!” 유시영이 대답했다. 옆에 있던 오종현이 중얼거렸다. “강성대 커트라인이 좀 높아서 못 들어갈 것 같아.” 유시영은 입을 삐죽하며 말했다. “넌 지방대 가면 되지 강성대까지 생각하는 거야?” 말을 마친 유시영은 곁눈질로 주은우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허...’ ‘맨 앞자리로 바꿔 달라더니 이제 나 훔쳐보기도 불편하지?’ “아니야, 넘겨짚지 마. 난 좋아하는 사람 없어!” 도시아는 얼굴이 빨개져서 주은우를 노려보았다. 주은우는 환하게 웃으며 었다. “얼굴이 빨개진 걸 보니 내 짐작이 맞는구나. 너 단성우 때문에 강성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말을 하던 주은우는 또 멍해졌다. 나중에 도시아는 단성우와 결혼하지 않은 것 같았다. “주은우, 너 계속 이럴래?” 도시아는 씩씩거리며 주은우를 노려보았는데 눈가에 눈물이 반짝였다. “주은우...” 최옥화가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쳤다. 주은우는 목을 움츠리고 영어책을 꺼내 펼쳐 보았다. “지원서는 다 썼어?” 최옥화가 쌀쌀한 어조로 물었다. “다 썼어요...” 주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보여줘!” 최옥화는 하얀 손을 내밀었다. 주은우는 자신의 지원서를 최옥화에게 건네주었다. 최옥화는 지원서를 받아 잠시 바라보다가 눈살을 찌푸리고 쌀쌀하게 웃었다. “주은우, 너 지금 성적으로 강성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겠어?” “강성대 커트라인은 310점이야, 넌 모의고사 성적이 160점도 안 되는데 강성대를 뭐로 보는 거야.” 최옥화는 주은우가 지원서를 대충 쓴 것 같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공부할 시간이 한 달 남았으니 붙을지도 모르죠.” 주은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최옥화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강성대에 붙으면... 내가 학교에 플래카드 걸어줄게!” “그래요. 그럼.” 주은우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끝까지 가보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한 말은, 반 전체가 증언해줄 거야!” 최옥화도 단호하게 말했다. 이 말에는 격려 뜻이 담겨 있었다. 주은우가 정신 차리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정말 강성대에 합격하면 자신도 으쓱해지는 일이니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네 번째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열심히 복습하고 있었지만 유독 진태용만 책더미 사이에 엎드려 잠을 잤다. 최옥화는 창문 뒤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진태용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다. 주은우는 강단 위의 분필통에서 분필 한 토막을 집어 진태용의 머리에 날렸다. “저격수가 어디 있어?” 진태용이 괴성을 질렀다. 그러다가 창문 앞에 있던 최옥화를 눈여겨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어 교과서를 들고 꽥꽥거리며 읽었다.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자 진태용은 곧바로 책을 내려놓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은우, 밥 먹으러 가자.” 주은우는 기지개를 켜며 도시아를 바라보았다. “같이 식당 갈래?” 도시아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는데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주은우는 표정이 굳어졌다. “반장, 왜 그래?” 도시아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저었다. “배가 조금 아파. 너 어서 밥 먹으러 가.” “괜찮아? 양호실까지 데려다줄까?” “아니.. 괜찮아.” 도시아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주은우, 뭘 꾸물거려?” 교실 앞에서 진태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은우가 다시 물었다. “정말 괜찮아?” “난 괜찮아!” 도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은우는 입술을 깨물더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 식당. 진태용은 주은우에게 닭 다리를 나누어 주었다. “오늘 밤 갈래?” “어디 가?” “피시방!” “안 가!” 주은우는 사양하지 않고 닭 다리를 집어서 먹기 시작했다. “쯧쯧, 주은우, 너 정말 강성대 갈 생각은 아니겠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꼭 갈 거야!” 주은우는 자신감이 넘쳤다. “허허허...” “하하하...” “친구야, 놀리지 마.” “유시영이 널 자극한 거지? 솔직히 말해봐.” 진태용이 정색을 하고 물었다. “유시영과 상관없다니까!” 주은우는 진태용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진태용은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그는 여전히 주은우가 유시영에게 자극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주은우는 음식을 몇 입 먹고는 말을 뱉었다. “배불러, 넌 천천히 먹어.” 일회용 도시락을 버린 그는 성큼성큼 매점으로 향했다. 생리대 한 봉지를 고른 후, 생수 한 병을 사서 계산했다. 매점을 나서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온 전영미와 딱 부딪혔다.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 비닐봉지가 땅에 떨어졌다. “젠장... 눈이 안 달렸어?” 전영미는 조금 봉긋해진 가슴을 문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주은우라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화를 내려는 순간 바닥에 까만 비닐봉지에 생리대 한 봉지가 있는 걸 발견했다. “어... 시영이가 너한테 사 오라고 했어?” “사 오라고?” 주은우는 비닐봉지를 주워들고 떠나려 했다. 전영미는 입을 삐죽거리며 중얼거렸다. “시치미를 떼기는. 시영이의 생리를 이렇게 똑똑히 기억하네!” 주은우는 휘청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유시영도 생리라는 건가?’ 하지만 그는 유시영을 위해 산 게 아니다. 방금 도시아가 괴로워하며 배를 감싸고 있는 것을 보니, 그녀가 생리 중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말하기 부끄러울 뿐이다. 도시아가 자신의 공부를 열심히 도왔기 때문에 그녀를 푸대접할 수 없었다. 교실 안. 도시아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매우 초조해 있었다. 황기아는 이미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도시아는 마침 생리대를 챙기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자리를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아야! 얼른 다녀와!’ 이때 주은우가 황급히 교실로 들어섰다. 유시영은 곧 주은우를 불러 세웠다. “주은우, 거기서.” “왜?” 주은우는 유시영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이리 줘...” 유사영이 희고 보드라운 손을 내밀다. “뭘 줘?” 주은우의 입가가 한 번 실룩거렸다. “네 손에 든 것 말이야!” 그녀는 매달 생리대를 사는데, 당연히 주은우의 손에 든 검은 비닐봉지에 생리대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널 주려고 산 거 아니야!” 주은우는 곧장 자기 자리로 돌아와 검은 비닐봉지를 도시아의 서랍에 쑤셔 넣었다. 도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의 홍조가 목까지 빨갛게 됐다. “주은우, 너...너...” 주은우는 영어책을 꺼내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도시아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얘... 얘...’ 그는 뜻밖에도 자신에게 필수품을 챙겨주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생리대를 사주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는 몰래 커플 관계다. 도시아는 주은우가 자신을 쳐다보지 않자 입술을 깨물고 포장을 뜯고 한 장을 꺼낸 뒤 교실을 뛰쳐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영미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교실로 돌아왔다. 유시영이 물었다. “영미야, 내 물건은?” 전영미가 되물었다. “주은우가 사 오지 않았어?” 유시영은 이를 갈며 대답했다. “나한테 주는 게 아니래...” “아, 이건...” “주은우, 너 왜 그래?” 전영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주은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주은우는 귀를 막고 단어를 계속 외웠다. 유시영은 배를 움켜쥐고 말했다. “영미야, 가서 좀 사다 줘.” 전영미는 마지못해 다 먹지 못한 아이스크림을 자신의 책상 위에 놓고 다시 매점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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