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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장

“얘기하자면 길어.” 서유준은 맑은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나중에 내가 다 얘기해 줄게.” ‘아. 지금은 말하기 불편하구나.’ 강리아는 박시후와 결혼하기 전 연애 경험이 없고 남자와 접촉한 적이 거의 없어 남녀 사이의 일에 그다지 예민하지 않다. 게다가 강성한 때문인지 몰라도 남자와 항상 거리를 유지하고 선을 지켰는데 그 유일한 예외가 박시후였다. 하지만 그 예외가 하필 강리아에게 또한번 마음의 상처를 줬다. “그럼 신혼집에 디자인에 특별히 원하는 게 있어요?” 강리아는 생각을 뒤로한 채 화제를 돌렸다. “색상은 어떤 계열이 좋아요?” “다 돼.” 서유준은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제야 그의 두 손은 빨갛게 꽁꽁 얼었던 데로부터 다시 하얗게 돌아왔다. “네가 볼 때 어떤 게 좋을 것 같은데?” 강리아의 아이디어라면 많았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보면 배색만 잘 맞으면 그만이었다. 다만 매일 디자인을 해야 해서 예쁜 것에 대한 감각이 조금 마비되었다. 하지만 서유준의 집을 대충 디자인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 강리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꼭 다문 채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더 고민해볼게요.” “급할 거 없어.” 서유준은 다정하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때 종업원이 마침 음식을 내오자 서유준은 테이블을 정리하며 말없이 강리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그녀 앞에 놓았다. 강리아는 결국 강승재의 상태를 서유준에게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듣자 서유준은 오늘 식사의 목적이 뭔지 알아차렸다. “나한테 감사할 생각이라면 승재가 완치되고 해도 늦지 않아.” “그때 한 번 더 인사할게요.” 강리아는 싱긋 미소 지었다. “무조건 다시 감사인사 할게요.” 강승재는 꼭 나을 테니까. “연 선생님 치료 비용이 도 선생님보다 얼마나 더 비싸?” 서유준은 무심코 물었다. 연제하는 임상 치료 경험이 많지 않지만 연구계에서 단연 최고라 불리는 데다 여러 차례 연구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룩했다. 때문에 연제하가 직접 치료해준다면 비용은 당연히 비쌀 거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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