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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장

“시후 씨, 지금 이혼하기 싫다는 거예요?” 강리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왜 아직도 이혼을 망설이는 거야? 혹시 이혼서류에 서명까지 다 하고 나서도 내가 무슨 수를 써서 재결합하려고 할 까봐 걱정하는 건가?’ 박시후는 비웃음을 흘렸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이혼 동의서를 펼치더니, 서명란에 펜을 가져갔다. 새하얀 종이 위에 까만 잉크가 번져 나갔고, 그의 펜 끝이 움직일 때마다 강리아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시후야!” “이 녀석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들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름을 채 적기도 전에 박시후의 손이 멈췄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강리아는 그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상관하지 말고 서명부터 해요!”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방금 소리 지른 사람은 박성균과 최여정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들이 나타났다는 건 이혼을 망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두 글자만 더 적으면 끝나는 건데...’ “박시후! 너무해! 지금 우리 몰래 이혼하러 온 거야?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두 사람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박시후를 덮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강리아의 눈에는 희미한 잔상만 남았다. 상황을 파악했을 땐 이미 박시후의 손에 있던 이혼 동의서는 장수경의 손에 들려 있었다. ‘쫘악...’ 장수경은 주저 없이 서류를 찢어버렸다. 눈부시게 하얀 종이는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박시후는 이를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저 흥미로운 듯 강리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역시. 강리아는 뭔가 계획이 있었군. 내가 너무 똑똑한 걸까? 아니면 강리아가 어리석은 걸까... 어쩜 이렇게 내 예상대로만 움직이는지.’ “리아야, 왜 이렇게 철이 없어?” 장수경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안도감이 서렸다. 그녀가 미리 박씨 가문에 연락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때마침 가정법원으로 쳐들어오지 않았다면 강리아는 정말 박씨 가문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제발... 제 일에 참견하지 말아 주세요!” 산산조각 난 이혼 동의서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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