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장
강리아가 이혼 소동을 벌인 이후로 박시후는 유순자를 집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강리아가 집에 없는 걸 유순자한테 들켜 모든 일이 까발려질 테니까.
“아주머니가 어디 있는지 관심 없어요.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만 관심 있지.”
강리아는 벌떡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었다.
“지금 당장 나갈래요.”
“어디 가려고?”
박시후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더니 손목시계를 풀어서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
강리아는 고개를 숙여 박시후를 바라보며 화를 억눌렀다.
“일해야 해요. 시후 씨랑 여기서 낭비할 시간 없어요. 시후 씨는 여기서 나가지 않고도 살 수 있겠지만 난 아니에요.”
“여기서 지내는 동안 모든 비용은 내가 낼게.”
박시후는 강리아를 손안에 꽉 쥐고 있었다.
“난 뒤탈이 없는 게 좋아. 그러니까 이건 너에 대한 벌이야.”
벌? 박시후는 그 사진을 강리아가 언론사에 준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순간 솜을 내리친 것 같은 무력감이 밀려왔다.
“벌하려면 증거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증거를 대요.”
박시후는 몸을 기울여 시계를 탁자 위에 내려놓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난 확신이 없는 일에 시간 낭비 안 해.”
그는 자기 판단이 틀릴 리 없다고 확신했다.
“정말 나를 여기 계속 가둬둘 생각이에요?”
강리아는 거실을 둘러보더니 발코니 구석에 있는 사람 키 높이만 한 꽃병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러고는 그것을 언제든 넘어질 수 있을 만큼 한 각도로 잡아당겼다.
“후회할 거예요.”
그 꽃병은 박시후가 경매에서 낙찰받은 것인데 몇억 원 상당이었다.
다만 박시후 눈에는 단지 그냥 꽃병이었다.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도자기가 산산조각 나 바닥에 흐트러졌다.
강리아는 돈에 대한 개념이 있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비싼 물건은 깨뜨리기 아까웠다. 설령 본인 것이 아니라도, 설령 그녀가 지금 화가 나 있다고 해도 진짜로 깨뜨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꽃병 가장자리에 먼지가 엷게 끼어 있어 손이 미끄러졌다.
박시후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그는 돈 낭비하는 건 상관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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