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연나은이 김지아를 데리고 떠난 뒤 진시준은 혼자서 어두워질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웨이터가 들어와 가게를 정리하며 영업 종료를 알리자 그는 파손된 물건들을 모두 변상하고 무기력하게 일어나 식당을 나섰다.
깜깜한 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열자마자 100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와 99+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 부모님, 그리고 예식 진행자까지.
‘예식 진행자?’
‘아, 맞네. 오늘 결혼식 날이지. 잊고 있었네.’
‘하지만 기억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실 이 결혼식 자체가 애초부터 가짜였다. 그저 연나은이 자신을 향한 헛된 꿈을 접게 하려고 만든 각본에 불과했다.
그가 원했던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얻었으니 이 결혼식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이 두 달 동안 억지로 참으며 주미나와 입을 맞추고 애정을 과시했던 순간들을 떠올리자 진시준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의 마음속엔 깊은 슬픔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이 낯선 땅 위로 소리 없이 떨어졌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귀를 찢는 듯 울렸다.
번호를 확인하고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이 망나니 같은 놈! 오늘 네 결혼식 날인데 어떻게 이딴 식으로 장난질을 칠 수 있어! 어디 있든 지금 당장 돌아와!”
아버지의 분노에 찬 고함 소리가 그의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렸다.
하지만 진시준의 마음은 이미 죽은 듯했고, 그저 무덤덤하게 더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못 가요. 결혼 안 할 겁니다.”
“뭐? 결혼을 안 해? 결혼이 애들 장난이야? 너 이제 서른하나야! 네가 몇 년을 미뤄도 재촉 안 했어. 근데 지금 다 준비됐는데 결혼을 안 한다고? 그럼 미나는 어쩔 거야? 우리 가족, 특히 네 형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이 결혼에 신경 쓴 친가 쪽은 뭐가 되는데?”
아버지의 격분한 목소리에도 진시준의 눈은 여전히 생기를 잃은 채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꾸짖음은 계속 이어졌지만,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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