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장
“하지만 그런 증오도 이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결국 미나 언니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은 삼촌이고, 난 앞으로 미나 언니를 만날 일이 없으니까요.”
한 마디 한 마디가 칼처럼 진시준의 가슴을 천천히 베어내는 것 같이 숨을 쉴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고통이 밀려왔다.
순간 그의 눈에 깊은 슬픔이 깃들며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럼 나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방금 했던 말은 마치 진통제처럼 아픔을 가라앉히는 듯했지만, 뒤이어 나온 말은 그 안에 독을 품고 있었다.
“삼촌은 내 은인이잖아요. 명절이나 생일 같은 때에는 어른께 인사드리는 게 당연하죠. 삼촌한테도 절대 잊지 않고 인사할 거예요.”
이 순간 연나은의 얼굴엔 극진한 공경이 서려 있었다.
진시준이 그녀의 얼굴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어디에도 관심이나 애정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그를 어른으로 존경하는 것 같았다.
그 사실은 마치 태풍처럼 그의 가슴속 작은 희망의 불씨를 꺼버렸다.
그리고 그제야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억눌려왔던 모든 감정이 폭발하는 걸 느꼈다. 세상의 시선도, 도덕적 장벽도 다 깨부수고 오직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온몸을 휘감았다.
과거에 억눌러왔던 뜨겁고 격정적인 감정이 이 순간 폭풍처럼 그를 집어삼켰다.
“난 너보다 겨우 열 살 많을 뿐이고 우린 혈연관계도 없어. 그건 네가 직접 한 말이었잖아. 기억 안 나?”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고집스러웠던 자신이 떠올랐지만, 후회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았다. 그저 철없던 시절이 조금 바보 같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하여 그녀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그때 난 겨우 열일곱 살이었어요. 좋아하는 게 뭔지, 사랑과 가족애의 차이도 몰랐죠. 그러니 그런 철없는 말을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삼촌, 삼촌은 올해 서른한 살이잖아요. 이제는 분간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 말에 진시준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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