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예쁜 걸 싫어하는 여자는 없어요.”
“다만 이전의 내가 너무 비굴해서 되도록 내 취향은 꼭꼭 숨겨뒀나 보죠.”
육태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말 무슨 뜻이야? 이전엔 그럼 전부 날 위해서 그랬단 거야?”
하채원이 머리를 들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말했잖아요, 기억 안 난다고. 다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말해둘 수 있어요. 난 화장하는 것도 좋아하고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고 또 액세서리도 엄청 좋아해요.”
이전에 그녀가 회색 톤의 옷만 입고 화장도 안 하고 다닌 이유는 육태준이 화낼까 봐서였다.
그녀의 가족들이 육태준을 속였으니 괜히 화려하게 차려입고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진 않았다.
어느 한번, 딱 그 한번 빨간색 치마를 입고 밖에서 흥얼거리며 꽃에 물을 주고 있다가 육태준에게 대놓고 야유를 당했었다.
“너희 집안 수단 좋네. 사기 치고 속 편하게 지내는 거야? 옷은 왜 이렇게 화려한 거야? 뭐가 그렇게 신났냐고?”
그 뒤로 하채원은 집에서 감히 기뻐할 수도, 웃을 수도 없고 예쁘게 차려입는 건 더더욱 엄두를 못 냈다.
이런 것들을 이 남자가 몰라주는 것도 섭섭한데 본인이 싫어서 꾸미지 않은 거라고 여기고 있다니.
그야말로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하채원은 떨어트린 손을 꽉 잡고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갔다. 결국 빨간 피가 새어 나왔지만 그녀는 끝까지 주먹을 잡고 있었다.
육태준은 줄곧 그녀에게 바짝 기대서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이따금 졸음이 몰려왔다.
“그럼 나 알려주지 그랬어?”
하채원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이때 이 남자가 한 손으로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어서 몸을 기울이더니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턱을 고였다.
“왜 난 네가 날 미워하는 것만 같지?”
하채원은 순간 목에 솜뭉치라도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건 엄연히 그녀가 물었어야 할 말이다.
육태준이 줄곧 그녀를 미워했으니까.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그만 손 놓으시죠?”
다만 육태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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