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장
육태준은 이런 가식적인 이미지 메이킹 홍보 활동을 제일 싫어한다.
당연히 거절할 그인데 정작 입밖에 튀어나온 말은 오케이 사인이었다.
“그럼 저는 먼저 가서 준비할게요.”
하채원이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다만 문 앞에 다가가기도 전에 뒤에서 그 남자의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보러 가는 거면 좀 더 보수적으로 입는 게 나을 텐데.”
하채원은 흠칫 놀랐다.
고개를 숙여 보니 셔츠 단추가 두 개나 풀려 있었다.
날이 너무 더워 사무실에서 풀어헤친 후 다시 채우는 걸 깜빡했나 보다.
하채원은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가서 옷 단추를 채웠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걸어가다가 불쑥 나타난 한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
“죄송해요.”
머리를 들어보니 김도영의 고귀하고 잘생긴 얼굴이 보란 듯이 나타났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다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그와 거리를 유지했다.
요즘 태한 그룹에서 일하며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김도영과 마주쳐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피해 다녔는데 오늘은 정면으로 부딪칠 줄이야.
하채원은 불안에 떨며 이미 그에게 굴욕을 당할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
김도영은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목이 멨다. 행여나 또 놀라게 할까 봐 선뜻 말을 내뱉지 못한 채 육태준의 사무실로 곧게 들어갔다.
그제야 하채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도영 이 인간은 사소한 것도 따지고 들고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는 성격이다.
전에 조아현을 대신해 선보러 나갔을 때도 이미 그의 심기를 충분히 건드렸다.
지난번에 술집에서 그녀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나중에도 안 그럴 거란 보장은 없다.
이 남자는 가끔 보면 육태준보다 더 섬뜩한 존재이다.
육태준은 여자에게 손대는 법이 없다. 기껏해야 냉랭하게 굴면서 마음을 괴롭히겠지만 김도영은 여자 앞에서 마음 약해질 남자가 아니다.
어느 한번 하채원이 실수로 김도영을 터치했다가 한 달 뒤 아예 교외로 끌려가서 자생자결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하채원은 덜컥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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