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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장

아이는 일부러 경계하는 척하며 답했다. “할머니, 선생님이 함부로 다른 집안 가족 정보를 알아보는 건 예의가 아니랬어요.” 고설희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제야 자신이 너무 많은 걸 따져 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이 아이도 참 똑똑했다. 어린 나이에 낯선 이를 경계할 줄도 아니까. “미안해. 할머니가 잘못했어.” 그녀는 손을 내밀어 하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아이가 대뜸 피했다. 고설희의 손은 허공에 붕 뜬 채 난처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옆에 있던 육은찬은 이런 할머니가 너무 낯설었다. 평상시에 그에게는 눈길조차 안 주더니 왜 이토록 하선우를 좋아하는 걸까? 육은찬은 기분이 살짝 언짢았다. “할머니, 저 또 선우랑 다른 데도 가봐야 해서요. 그럼 이만.” 고설희도 더는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 재미있게 놀아.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나랑 얘기해.” 두 아이가 떠나간 후에도 그녀는 여운이 가시지 않아 비서를 불러왔다. “시간 날 때 저 아이 한번 조사해봐. 특히 아이 부모님들 자세히 조사해.” “네.” 요 녀석은 리틀 육태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약 육태준에게 아이가 있다면 저 아이와 똑같이 생겼을 텐데. “아 참, 태준이는 왔어?” 비서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연회 시작까지 한 시간 남았으니 아마 오고 계시는 중일 겁니다.” 고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가 태준이 오거든 부잣집 딸들 유심히 살펴보라고 해야지.’ 하루빨리 여자를 찾아야 고설희에게도 귀여운 손자가 차려질 테니까. ... 그 시각. 하채원과 조아현은 연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드레스를 골랐다. 두 사람 모두 튀는 걸 싫어해서 심플하고 수수한 드레스로 골랐다. 하지만 심플할수록 하채원의 눈부신 자태를 더욱 잘 드러냈다. 조아현은 그녀를 보더니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우와, 너무 예쁘잖아.” “남들은 다 옷이 날개라는데 너는 그 반대네. 이 드레스를 네가 입어서 살아난 것 같아.” 하채원이 옅은 미소를 짓자 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조아현도 뒤처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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