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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장

하선우는 시선을 거두고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 육은찬은 그가 안 믿는 줄 알고 계속 말했다. “지금 당장 손님 접대하는 로비로 가. 너 딱 기다려. 내가 바로 증명해준다.” “그래, 가.” 지금 이때면 로비에서 한창 손님 접대로 준비 중일 것이다. 육형빈의 며느리인 고설희는 현장을 돌보고 있었다. “아버님 생신이라 여러모로 신경 많이 써야 해요.” 그녀는 꽃꽂이하면서 집사에게 분부했다. “그리고 또 괜찮은 집안 아가씨가 있으면 꼭 나한테 얘기해요.” 4, 5년이 지났지만 배다은은 여전히 육태준의 아이를 낳지 못했다. 고설희도 하는 수 없이 다른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네, 알겠습니다.” 집사가 공손하게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마침 두 녀석과 마주쳤다. “은찬 도련님.” 집사가 그를 불렀다. 육은찬이 손을 흔들자 집사는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고설희는 아주버님의 손자 육은찬에게 늘 비호감이었던지라 그를 마주할 때마다 겉으로만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쨌거나 그녀의 손자는 아니니까. 그녀는 육은찬을 흘겨보며 저쪽에 가서 놀라고 말하려던 찰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육은찬의 옆에 새하얀 피부의 예쁘장한 남자아이가 서 있었는데 멀리서 얼핏 봐도 온몸이 굳어버릴 지경이었다. ‘우리 태준이 어릴 때랑 똑같잖아!’ 고설희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사용인을 불러왔다. “은찬이 옆에 있는 저 아이 당장 데려와요.” “네, 알겠습니다.” 고설희는 꽃꽂이도 마다한 채 앞으로 달려갔다. 하선우는 오늘 마스크를 안 꼈는데 저택에 와서 맨 처음 마주친 사람이 친할머니일 줄이야... 한때 그의 엄마를 괴롭혔던 장본인 고설희였다. 사용인이 두 아이를 불러갔다. 곧이어 육은찬이 소개에 나섰다. “이분은 우리 삼촌네 엄마, 내 작은 할머니셔.” “그래.” 두 아이가 가까이 다가왔고 고설희의 시선은 하선우한테서 떨어지질 않았다. ‘완전 똑 닮았어.’ ‘태준이 어릴 때랑 판박이잖아.’ 눈치 빠른 하선우는 그녀의 시선을 바로 느끼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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