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장
다만 육태준은 초대장을 받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
“시간 없어.”
배다은은 이 남자가 이토록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다.
좀 전에 하채원과 그런 짓을 벌인 걸 되새기니 배다은은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언짢은 마음을 애써 짓누른 채 옆에 있는 하채원에게 물었다.
“그럼 채원 씨는 와줄 수 있나요?”
“마침 발표회 끝나고 우리 대학 동기들 모임이 있는데, 혹시 알아요? 옛친구들 보면 뭔가 더 떠오를지.”
육태준도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하채원은 좀 전에 기억을 회복해보겠다고 그에게 말했던지라 차마 배다은의 초대를 거절하지 못했다.
“네, 갈게요.”
그녀는 초대장을 받고 사무실을 나섰다.
하채원이 발표회에 참석한다고 하니 육태준도 마음이 동요했다.
배다은이 끈질기게 설득한 후 그도 끝내 가주기로 했다.
배다은은 이런 육태준의 변화를 고스란히 지켜보며 하채원에 대한 증오가 이전보다 더 깊어져 가고 있었다.
그 시각, 육태준의 사무실을 나선 하채원은 살짝 짜증이 밀려왔다.
‘거의 다 됐는데...’
저녁 시간.
하채원은 초대장에 적힌 시간대로 기사를 불러 오페라 하우스로 출발했다.
이제 막 도착했을 때부터 그녀는 적잖은 유명인사와 언론 기자들을 발견했다.
대학교 친구들도 간간이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 연주홀과 전시홀 모두 배다은이 통째로 대관해 초대받은 손님들 말곤 외부인 출입금지였다.
하채원이 초대장을 들고 들어가니 시야가 매우 넓은 곳으로 배치됐다.
여기에서 연회장의 태반을 볼 수 있었다.
애초에 그녀는 배다은의 의도를 몰랐으나 연주가 시작될 무렵 익숙한 실루엣을 보고 나서야 모든 걸 깨달았다.
육태준이 자리에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맨 앞에 앉은 것이다.
‘안 온다고 했잖아?’
하채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배다은 앞에선 거절이란 법을 모르는 남자였다.
배다은은 만족스러운 듯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육태준이 자리에 함께하면 기자들이 와르르 몰려들어 그녀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만 보도할 테니까.
전에 그녀를 깔보았던 재벌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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