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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정지민은 팔과 다리에는 긁힌 상처가 가득한 하채원이 흠뻑 젖은 잠옷을 입은 채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을 봤다. 그는 재빨리 물을 끄고 가운을 하채원의 몸에 덮어주며 보일 듯 말 듯 한 그녀의 몸매를 가려줬다. “괜찮으세요?” 결코 낮지 않은 그의 목소리가 하채원의 귀에는 희미하게 들려왔다. 겨우 정신을 차린 하채원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정지민을 바라보더니 창백한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괜찮아요.” “병원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정지민은 허리를 숙여 안으려 하자 하채원은 그의 손을 피했다. 하채원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안돼요. 단현시 모든 병원은 김씨 가문에 의지하고 있어요. 김도영이 제가 돌아온 걸 알았는데 만약 제가 약을 먹은 것을 발견하면 반드시 육태준에게 알릴 거예요. 육태준이 만약 술에 약이 들어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접근하기 어려워져요...” 하채원은 숨을 고르며 겨우 말을 끝냈다. 4년 전에 죽은 것처럼 가장할 때 차지욱이 돕지 않았다면 김도영을 속일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차지욱 없이 혼자 병원에 가게 되면 그곳 사람들은 반드시 가장 먼저 김도영에게 알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채원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이유다. 정지민은 문에 들어설 때 거실에 놓인 술을 보았는데 그제야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채원 씨 몸 상태가...” “얼음을 가져다주세요.” “네.” 정지민은 몸을 돌려 주방 냉장고로 가서 얼음을 가져왔다. 얼음 한 봉지를 욕조에 넣은 후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몰려왔는데 그제야 하채원은 몸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 정지민은 또 의약 상자를 가져왔다, “고마워요.” 하채원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정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 앞으로 가서 조용히 기다리며 차지욱에게 안부를 전했다. 하채원이 선우의 전화를 끊을 때 그녀의 상황이 걱정된 선우는 차지욱에게 전화했고, 차지욱이 하채원에게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자 정지민에게 연락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보러 가라고 했다. 한 시간 후 약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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