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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탐내다너를 탐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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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차에 타자마자 강아영은 시어머니인 김선애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본가에 잠깐 들르렴. 할 말이 있어.” “네, 어머님.” 전화를 끊고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서지훈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가려는 건가?’ 지금까지 적어도 가족들 앞에선 그나마 다정한 부부인 척 연기를 해왔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이혼하기로 한 이상 이런 연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담배 한 대를 다 태울 때쯤에도 강아영이 꿈쩍도 하지 않자 드디어 짜증이 난 건지 서지훈이 차창을 두드렸다. “알아서 운전해서 와요.” 강아영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엄마 화나게 만들면 안 되는 거 알잖아.” 그도 그럴 것이 김선애는 며칠 후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이혼 소식을 알리면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아지고 건강에도 무리가 갈까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강아영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혼하면 어머니가 아니라 아줌마일 뿐이야. 나 때문에 벌어진 일도 아니고 내가 왜 그걸 책임져야 하는 건데.’ 강아영이 말없이 창문을 올리려던 그때, 서지훈이 문득 말했다. “브로치, 갖고 싶지 않은가 보지?” 한손을 차에 걸친 서지훈은 너 같은 건 내 손바닥 안이야라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입술을 살짝 깨물던 강아영은 결국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혼 생활 3년 만에 서지훈과 같은 차에 탄 강아영은 한때 그렇게 바라던 일이었는데 이렇게 씁쓸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차 문 쪽으로 최대한 기대어 앉은 강아영의 시야로 깔끔하게 다려진 정장 바지가 들어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본가로 가는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20분 뒤, 서씨 가문 저택, 정장 재킷 단추를 채우며 차에서 내린 서지훈이 강아영의 손을 잡았다. 다정한 듯 맞잡은 손가락을 바라보는 강아영은 왠지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 왠지 어제 밤새 돌아오지 않은 서지훈을 기다릴 때보다 기분이 더 비참해졌다. 인상을 확 찌푸린 강아영은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서지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맞잡은 손과 달리 무표정한 서지훈의 얼굴이 그녀를 더 질리게 만들었다. “하.” 강아영이 코웃음을 쳤다. “어머님, 아버님이 바보도 아니고 이딴 스킨십에 속아 넘어가실 것 같아요? 브로치만 넘겨주면 어머님, 아버님은 내가 설득할게요.”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 서지훈은 강아영이 정말 이혼을 마음먹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강아영은 그 침묵을 암묵적인 동의라고 받아들였다. ‘어제 프러포즈까지 하셨으니 어떻게든 날 치워버리고 싶겠지. 그래. 이깟 손 잡는 게 뭐라고.’ 두 사람이 거실에 들어서고 손을 맞잡은 걸 발견한 김선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다 뭔가 생각난 듯 아들을 흘겨보았다. “2층으로 가봐.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셔.” 그리곤 바로 환한 미소로 강아영을 맞이했다. “아영아, 인터넷에서 떠도는 기사는... 내가 대신 사과할게. 미안하다.” 김선애가 진심 어린 표정으로 사과를 건넸다. 불행 중 다행인 건지 강아영은 흔히 말하는 시집살이는 겪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 말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그녀를 진짜 가족처럼 아껴주었다. 어쩌면 그 덕분에 3년을 버텼을지도 모르겠다. “네 마음 안 좋은 거 알아. 나한테 얘기해 봐. 내가 저 자식 어떻게 혼내줄까?” 적극적으로 그녀의 편에 서주는 게 고맙긴 했지만 강아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럴 수록 서지훈은 날 더 혐오한다는 거 알고는 계실까?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이젠 너무 지쳤어.’ “어머님, 저 지훈 씨랑 이혼하고 싶어요.” “뭐?” 화가 날 만한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혼을 언급할 거라곤 예상치 못한 김선애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영아, 지훈이 이번에 귀국하면 다시 안 나갈 거야. 그 여자랑도 내가 정리시킬게. 두 사람 같이 지내다 보면 지훈이도 너한테 마음을 돌릴 거야. 3년을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쉽잖니.” 김선애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런 의미 없는 노력이라면 더 힘 빠지기 전에 그만두는 게 맞아요. 어머님, 그동안 저 많이 사랑해 주신 거 알아요. 이혼하더라도 자주 찾아뵐게요.” “아니, 그래도...” 이미 결심을 굳힐 듯한 모습에 김선애는 말끝을 흐리고 강아영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어머님 같은 시어머니도 없을 거예요. 진심이에요. 저 때문에 지훈 씨랑 사이도 안 좋아지셨잖아요. 아버님도 제가 설득할게요.” “그래.” 김선애, 강아영 두 사람이 2층 서재로 올라가고 두 부자의 대화 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너 그동안 해외에 있으며 하운그룹 임원진들과 사이가 너무 소원해졌어. 지금 하운그룹을 바로 이어받으려면 힘에 부칠 거야. 이런 상황에서 이혼 사실까지 밝혀지면 너한테 유리할 게 없어.” “저랑 강아영 이혼만 허락하시면 하운그룹은 물려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강아영의 발걸음이 살짝 멈칫했다.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3년 전에도 하운그룹과 그 여자 중에서 망설임없이 그 여자를 선택하더니. 3년이 지난 뒤에도 똑같네.’ 씁쓸함과 동시에 진심어린 사랑에 묘한 감동까지 피어오를 지경이었다. 한편, 역시 대화를 들은 김선애가 발끈했다. “서지훈, 네 장인어른인 강승호 디자이너가 널 구해 주지 않았으면 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어! 네가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 “그 사람이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전 제 힘으로 살아남은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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