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피곤해?" 부진성은 입꼬리를 올리고 나를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의 그 싸늘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런 모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지금 다들 알면서 모르는 척하니, 당연히 재미가 없었다. 룸을 나섰고 아무도 없자, 나는 부진성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내 신분, 다들 알고 있잖아, 선배 집사람들도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부씨 가문의 권력은 방금전 제벌 2세들 보다 훨씬 강했기에 그들이 아는 소식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손에 땀을 쥐었다. 오전에 그렇게 열심히 연기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아마 어릿광대처럼 우스웠을 것이었다. 부진성은 대수롭지 않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나는 바로 긴장해 났다. "그럼 어떡해?" "우리 대왕마마님이 아주 개방적인 것 같아, 네 신분 신경 안 쓰는 것 같아." 그 말을 듣자 나는 멍해졌다. "그럼... 어떡해?" 오기 전에 분명 그냥 같이 상하이에 와서 '이혼녀'라는 신분으로 부 사모님이 결혼을 재촉하는 걸 막으려고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부 사모님이 이것도 신경 안 쓸 줄 몰랐다. 설마, 계속 연기해야 하는 거야? "뭘 걱정해?" 부진성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대왕마마가 널 받아들였으니까 계속 연기해야지." "하지만... 진짜로 받아들이면 어떡해?" 부진성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순간의 눈 맞춤에 나는 그의 눈빛에 빠져들었고 검은 눈동자에 마치 다른 감정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나는 심장이 빨리 뛰었다. 하지만 다시 자세히 보려고 하자, 그는 또다시 나른하고 자유분망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럼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는 거지, 지금 급해 할 게 뭐 있어?" "그런데..." 부진성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말을 끊어버렸다. "그런 데는 무슨, 집에 가자." 차는 금세 부씨 가문 장원에 도착했다. 밥을 먹을 때에야 나는 부 사모님이 없었고 식탁에 셋째 숙모랑 셋째 삼촌만 있는 걸 보았다. "어르신이 점심에 체하셔서, 저녁 식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