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재미있다는 말에 나는 바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부진성은 설거지를 끝낸 그릇을 모두 정리하고서야 앞치마를 벗었는데 안에 입었던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정장 바지, 그리고 검은색 벨트가 허리를 조이고 있어 어깨가 넓고 허리가 얇아 보이게 했고 옷 안에 있는 근육이 은밀히 보이기까지 했다. 남자의 특유의 힘과 호르몬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나는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는데 그제야 주방이 너무 협소하다는 걸 느끼고는 얼른 주방을 나와서 부진성한테 차를 타주었다. 부진성은 내가 건넨 차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눈썹을 씰룩거렸다. "차 새로 샀어?"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한테 계속 5980원 하는 차를 대접할 수는 없었다. 부진성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검은 눈동자가 유난히 밝아 보였고 이상한 빛이 그의 동공에서 빛나는 것 같았다. 그의 시선에 심장이 쿵쾅거려 말하려고 했는데 부진성이 갑자기 가볍게 웃었다. "재미있는 거 듣고 싶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부진성은 더 끌지 않고 바로 말했다. "육지연의 전남편이 치료받으려고 귀국했어, 고현우 아버지가 입원수속해 줬어." 나는 어리둥절해서 눈을 깜빡였다. 분명 부진성이 한 모든 말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게 모두 합쳐지니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육지연의 전남편이 치료 받으려고 귀국하는데, 시아버지인 고진호가 수속을 밟아줬다고? 시아버지가 육지연이 자기 첫사랑의 딸이라 편애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육지연의 전남편까지 보살펴줄 줄은 몰랐다. 첫사랑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가? "육지연이 설마 전남편이랑 재결합하는 거야?" 내가 추측하며 말했다. 이미 임신인 걸 알았고, 지난번에 낙태 수술하러 간 게 아니었으니, 아마 그녀가 그 아이를 남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육지연의 전남편이 귀국했으니 두 사람이 아마 다시 만날 수도 있는 거였다. 부진성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나는 의아해서 그를 쳐다보았고 왜인지 그가 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