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고현우는 동공이 급격히 수축하며 깊은 어둠이 드리웠다. 나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부진성, 경고하는데, 선 넘는 농담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고현우는 부진성을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부진성은 가볍게 웃고는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먼저 들어가, 내가 말할게." 나는 의아해하며 부진성을 바라보았고 그가 뭐라고 하려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머뭇거리는 행동을 그는 다른 뜻으로 오해하고는 웃으며 나한테 윙크를 하고는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착하지, 걱정 마, 쟤 나 못 이겨."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다정한 행동이랑 말투가 나한테도 충격이었으니 고현우는 더욱 그랬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고 셔츠 소매로 팔뚝의 힘줄까지 보였다. 눈이 마주친 순간 둘의 눈에서 레이저가 쏟아져나왔다. 나는 그제야 갑자기 부진성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아까 방법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 방법이 이거야? 이건 너무 막장 아니야? 고현우가 믿을까? 하지만 고현우가 정말 믿을 줄 생각도 못 했다! "언제부터였어?" 고현우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을 내뱉었다. 긴 복도에 아무도 없었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로 맞서고 있었는데, 마치 쏘기 직전인 활처럼 기가 장난 아니었고 분위기가 얼어붙어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부진성은 고개를 기울이고는 웃으며 물었다. "뭘 묻는 거야? 내가 언제부터 하윤이 좋아했는지? 아니면 언제부터 같이 있었는지?" 고현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를 더 바득바득 갈았다. "부진성! 너 미쳤어? 쟤가 누군지 몰라? 박하윤이야, 내 와이프라고!" "쟤가 누군데? 제대로 말해 봐..." 부진성은 미소를 머금고 그를 빤히 바라보면서 싸늘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 "결혼식 날, 혼자 식장에 버리고 가서, 교성 사람들의 웃음거리고 만들고, 넌 전 여자 친구한테 달려갔을 때, 누구인지 생각해 봤어?" "하윤이 엄마가 너랑 육지연 때문에 열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