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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오늘부터, 새로운 삶 시작이야!]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 남편의 첫사랑 육지연이 SNS에 이혼 서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글을 올린 걸 보았다. 내가 멍하니 있는데 의사 선생님의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박하윤 씨, 임신 축하합니다!" 나는 머리를 번쩍 들었고 믿을 수 없어 했다. 끓어오르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일 년 동안 임신을 준비했는데 드디어 고현우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가볍게 배를 만지작거렸다. 그 기쁨에는 속상함도 섞여 있었다-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이'가 남편 첫사랑의 '이혼 후 새로운 삶'과 같은 날이 될 줄 생각도 못 했다. "하윤 씨, 축하해요..." 병원을 자주 다녔기에 간호사는 이미 나와 안면을 텄고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얼른 남편한테 이 기쁜 소식 알려주세요! 분명 좋아할 겁니다!" 나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부드럽게 배를 어루만졌다. "네, 남편도 이 아이를 오래 기다렸거든요..." "이제는 검사할 때 남편이랑 같이 와야겠어요, 하윤 씨가 이젠 집안의 보물이잖아요! 일이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하윤 씨보다 중요하지는 않죠!" 간호사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걱정해 주었다. 1년 동안 계속 나 혼자 산전 검사를 했었다. 하지만 나의 몸에는 분명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전에 나한테 남편 고현우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고 했고 약정증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도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었다. 하지만 고현우의 체면을 챙겨주기 위해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부탁해 배란 유도제를 많이 처방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야 내가 드디어 임신이 되였다! 기쁨과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나는 임신 확인서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지금 당장 고현우의 회사로 가서 이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차에 막 도착했을 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엄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하윤아, 오늘 현우랑 같이 병원 온다고 하지 않았어? 언제 와? 네 오빠한테 마중하러 나가라고 할게..." 엄마의 나약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소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은 엄마는 그 후로 계속 나와 고현우가 결혼식을 올리기를 바랐다. 그녀는 내가 제일 걱정되었다. 고현우와 혼인 신고를 하긴 했지만 어르신이 아프셔서 계속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엄마는 혼인 신고서가 법적 효력이 있긴 하지만 결혼식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했었다. 엄마는 결혼식이 혼인 신고서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고씨 가문 사람들과의 모임 말고는 고현우가 거의 나를 데리고 모임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자신이 얼마 견디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돌아가시기 전에 나와 고현우의 결혼식을 보고 싶은 거였다. 엄마 마음이 편하실 수 있게 하기 위해 나는 체면을 무릅쓰고 고현우한테 사정하러 갔었다. 다행히 고현우도 동의했고 요즘 계속 결혼 준비를 했었다. "엄마, 오빠한테 나오지 말라고 해요, 우리가 도착하면 오빠한테 전화할게요." "그래, 그럼 조심해서 와, 현우가 너무 바쁘면 무리하지 않아도 돼, 너 혼자 와도 돼." 엄마는 걱정이 돼서 또 나한테 당부했다. "엄마, 걱정 마세요, 현우가 병원에 같이 가겠다고 약속했어요, 약속 안 어길 거예요." "다행이네, 다행이야..."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뒤돌아 차 문을 열었다. 기사가 한참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로 가요." 기사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고 머뭇거리며 물었다. "사모님, 대표님이 회사에 가는 걸 싫어하시잖아요?" 나는 부드럽게 배를 어루만지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급한 일 있어서요." "하지만..." 장민호는 그래도 걱정이 되는 듯했다. "아니면, 대표님한테 전화 한번 해보실래요?" 나는 미소를 거두었다. 그가 뭘 우려하는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찌 됐든 그에게 월급을 주는 건 고현우였고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고현우가 평소 내가 회사에 가서 일에 방해주는 걸 싫어했다. 하지만 내가 고현우한테 미리 전화할 건지, 아니면 서프라이즈 해줄 건지 고민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고현우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순간 기분이 좋아져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 나..."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윤아, 나 저녁에 야근해야 해, 늦게 갈 거야, 나 기다리지 말고 저녁 먹어." "여보 그럼..."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수화기 너머로 나지막한 여자의 소리가 들렸다. "바쁘니까 끊을게." 고현우는 내 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 너머로 '뚜뚜뚜'하는 소리만 들렸다. 심장이 갑자기 찌릿해 났고 돌덩이에 눌린 듯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아침에 육지연이 SNS에 올렸던 글이 생각나 넋을 잃고 육지연의 SNS를 보았는데 그녀가 또 업로드 한 글이 있었다. 아주 심플하게 적혀 있었다. [방문 중...] 밑에는 남자가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서 전화하고 있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저 뒷모습일 뿐이었지만 나는 그가 바로 내 남편- 고현우라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지금 육지연과 같이 있는 거였다. ... 고현 그룹은 교성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 한복판에 있었다. 회사 건물 앞에 거의 도착했을 때에야 나는 건물 외벽의 LED 스크린에 있는 아름답고 세련된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건 바로 유명한 연예인 육지연이었다. 고현우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이자 그의 첫사랑인 전 여자 친구였다. 뿐만 아니라 고현 그룹이 밀고 있는 제품의 전속 모델이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고현우가 내가 회사에 와서 일에 방해주는 걸 싫어했었기에, 결혼 한 2년 동안 내가 회사에 별로 가지 않았다. 하여 당연히 이런 걸 몰랐었고 아무도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아무도 나한테 알려주지 않는 거일 수도 있다. "사모님, 어쩐 일이세요?" 내가 도착하자 비서 임성훈이 바로 마중 나왔는데 그가 조금 당황해하는 거였다. "대표님 회의 중이십니다, 휴게실에서 기다리실래요?" "아니요, 사무실에 가서 기다릴게요." 하지만 고현우의 사무실 문을 여니, 조금 전 LED 스크린에서 봤던 그 예쁜 얼굴을 보았다. 육지연이 역시나 여기 있었다! "누구..." 육지연은 의아해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스케줄을 끝내고 왔는지 그녀는 정교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드레스가 그녀의 몸매를 더 두드러지게 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고현우는 보이지 않았다. "하윤 씨죠?" 육지연은 드디어 나를 알아봤다는 듯 환하게 웃더니 여주인처럼 당당하게 내 남편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현우 찾으러 왔어요? 현우 회의하러 갔어요."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는 뒤돌아 문어귀에 서 있는 임성훈을 보며 물었다. "현우 언제 와요?" 임성훈은 내가 이렇게 차분할지 몰랐지만 멈칫하더니 그제야 말했다. "10시에 끝날 겁니다, 아직 30분 남았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뒤돌아 고현우의 테이블로 걸어갔다. "여기서 기다릴게요." 육지연은 내가 그녀를 계속 무시할 줄 몰랐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서 대수롭지 않게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열렸고 회의를 끝낸 고현우가 걸어 들어왔다. 그는 오늘 짙은 회색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를 더욱 고귀하고 잘생기게 보이게 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더니 그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여긴 어쩐 일이야?" 나는 육지연한테 꿀리기 싫어서 끓어오르는 불만을 억누르고 다정하게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보고 싶어서 왔지." 고현우는 내 손을 힐끗 보았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육지연을 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고현우의 팔짱을 끼고 있는 내 손을 아주 빨리 스치는 거였다. 나는 시선을 거두었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미소를 지었다. 내 주권을 선언하려고 했고 고현우한테 임신한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여보, 나..." 하지만 '임신'이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육지연의 갑작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미안해, 손이 미끄러져서..." 육지연은 사과하면서 허리를 숙여 유리 조각을 주우려고 했다. 고현우는 그녀의 행동을 보더니 낯빛이 어두워졌고 무의식적으로 내 손을 놓으며 말했다. "움직이지 마!" "습..." 그때 쪼그려서 유리 조각을 줍던 육지연이 갑자기 손을 거두었고 미간을 찌푸린 채로 손을 잡았는데 새빨간 피가 손가락에서 흘러내렸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고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혼내듯 말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을 잡으며 말했다. "덜렁거리면서 유리 조각은 왜 만져?" "아니,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 육지연은 억울한 표정으로 투정을 부렸다. 조금은 남자다운 솔직함이 묻어나는 말투였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 순간, 내 손은 여전히 허공에 멈춰있었고 손바닥에는 여전히 고현우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온기의 주인은 지금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돌처럼 굳어버린 채,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만이 철저히 불청객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십 년 동안의 짝사랑, 그리고 2년의 결혼생활 동안, 나는 고현우의 성격이 원래부터 이렇게 차갑고 무심한 줄로 알았다. 나는 그가 아무리 단단하고 차가운 돌덩이일지라도, 내 진심이 언젠가는 그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도 걱정과 초조함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사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이렇게 티 나는 거였다. "여보, 지연 씨 병원에 가야 하지 않아? 더 늦게 가면 상처가 다 낫겠어."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비꼬며 말했다. 고현우는 그제야 자신의 행동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힐끗 보더니 육지연의 손을 놓았다. "다 큰 사람이 왜 이렇게 덜렁거려..." 육지연은 가볍게 웃으며 애교부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너도 참, 어려서부터 내가 다치기만 하면 유난이야, 하윤 씨가 질투하잖아..." 그녀는 말하면서 환하게 웃으며 나한테로 걸어왔다. 하지만 하필 그녀에는 또 남자다운 통쾌함이 있었다. "하윤 씨, 현우한테 뭐라 하지 마세요, 어려서부터 저 챙기는 게 익숙해서 그래요, 현우랑 결혼하지 오래됐으니까, 현우가 원래 저렇게 오버 잘하는 거 아실 거잖아요..." 나는 얼굴이 굳어진 채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음에는 구멍이라도 난 듯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아니! 나랑 같이 있을 때의 고현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육지연을 걱정하는 모습이 가시가 되어 내 가슴에 꽂혔다! "됐어, 나 스케줄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해, 두 사람 방해 안 할게." 그러고는 소파에 있는 가방을 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걸어갔다. 계속 문어귀에서 기다리고 있던 임성훈이 얼른 그녀를 안내했고 사무실 문도 닫아버렸다. 사무실에는 우리 둘만 남았다. 커다란 공간이었지만 숨 막히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고 속도 안 좋았다. "왜 그래? 진짜 질투 났어?" 하필 그때, 고현우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뒤돌고 그의 몸에서 나는 화장품 냄새를 맡았다. 순간 속이 더 부글거렸고 결국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세면대에 엎드려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윤아..." 고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긴장해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너... 설마 임신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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