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2장

시간이 아주 빨리 흘러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결혼식 전날이 되었다. 시아버지는 그동안 뭐 하느라 바쁜지 보이지 않았고, 시어머니만 바삐 돌았지만 그래도 아주 기뻐하셨다. 결혼식이 가까이 오자 내 마음도 긴장해났다. 고현우랑 결혼한 지 2년이 되었고 그저 결혼식만 올리지 않은 것뿐이었는데, 지금은 고현우와 혼인 신고를 할 때처럼 두근거렸다. 다행히도 절친인 임수연이 출장해서 돌아왔다. 그녀가 곁에 있자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너 왜 이렇게 찌질해, 육지연이 네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는데, 그걸 참아?"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임수연한테 말했는데, 그녀가 씩씩거리며 소매를 걷고 싸우러 가려고 했다. "이제 괜찮아, 현우가 완전히 선 그었어." 임수연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너 정말 뭐가 가식인지 모르네, 육지연이 그렇게 쉽게 포기하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 "가식?" 나는 의아해서 임수연을 바라보았다. "육지연이 가식적이라는 거야?" 내가 평소에 임수연한테 많은 '지식'들을 배웠었다. 다만 육지연은 확실해 '가식적'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았다. "일반적인 가식과는 다르지." 임수연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런 '남성스럽게 가식을 떠는 여자'들이 제일 어려워, 네가 아니라, 남자들도 구분할 수 없거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너도 참, 왜 눈이 멀어서 고현우 좋아한 거야? 면상이 아주 바람둥이잖아, 부진성보다 못하잖아." 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선배 좋아하면 가서 구애해." "널 좋아하잖아, 내가 뭘 구애해!" 나는 말문이 막혔다. 임수연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헛소리하지 마." 임수연은 나를 째려보았다. "네가 눈이 멀어서 부진성이 널 좋아하는 거 모르는 거야, 아니면 너랑 고현우가 결혼했을 때, 왜 갑자기 군대 갔겠어?"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뭐든 나랑 엮지 마, 선배가 그래서 간 게 아니야, 선배네 가문이 군인 출신들이니까 당연히 군대 가려고 하지." 임수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됐어, 너처럼 순진한 애랑 무슨 말 하겠어, 됐고, 어찌 됐든 네가 고현우 아이 임신했으니까, 고현우랑 잘 살아!" 그녀는 말하면서 내 배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내일 결혼식 끝나면 바로 병원에 가, 육지연이 또 무슨 짓 하지 못하게." "응, 알겠어." 나랑 임수연이 즐겁게 얘기 나누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고 고현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해된 거 아니지?" 고현우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가 워낙 잘생겼기에 웃으니 더 멋있어 보였다. "아니야, 아니야." 임수연은 얼른 손을 저으며 말했다. "고현우, 너 우리 하윤이한테 잘해야 해, 아무도 못 괴롭히게 해." 나는 민망해서 말했다. "임수연." 고현우도 임수연의 성격을 알았기에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어쩌면 기분이 좋아서인지 맞장구까지 쳐주었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아무도 못 괴롭히게 해줄게." 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고는 고현우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음식 다 됐어, 밥 먹자." 임수연은 내 팔을 꼭 잡고 말했다. "나 너희 집에서 밥 먹은 지 오래됐어, 오늘 제대로 먹어야겠어." "많이 먹어." 나랑 임수연이 웃으며 밖으로 걸어갔다. 고현우 앞을 지나가는데, 그의 휴대폰이 진동이 울리는 거였다. 나와 임수연이 무의식적으로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꺼버리는 거였다. "누구 전화야?" 임수연이 물었다. "스팸이야." "그래..." 임수연은 눈썹을 씰룩거리며 말꼬리를 길게 끌었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하지만 고현우는 아주 당당한 얼굴을 했다. "가자, 밥 먹자." ... 내일이 결혼식이라 일이 많았기에 임수연은 밥을 먹고 나서 내가 걱정되어서 신신당부하고서야 떠났다. 오후 내내 나와 고현우는 계속 바삐 돌았다. 다만, 나는 고현우가 무슨 일이 있는 듯 자꾸 휴대폰을 보는 걸 보았다. 임수연이 떠나기 전에 당부했던 게 생각나서 내가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야, 회사에 문제가 좀 생겨서..." 고현우는 나를 다독이며 말했다. "성훈이가 처리하러 갔어." 나는 그제야 임성훈이 보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간 거였네. 하지만 그때, 고현우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고 내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보았는데 임성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하윤아, 잠깐 쉬고 있어, 나 통화하고 올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어, 가 봐." 고현우는 마당에 있는 정자에 가서야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임성훈이 뭐라고 했는지,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멀리 있었지만 그가 초조해하고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입술을 오므렸고 육지연이 설마 또 무슨 짓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서 물어보려고 하는데 고현우가 이미 전화를 끊었고 나한테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끝났어?"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응, 별일 아니라고 했잖아, 걱정 마, 성훈이가 다 처리했대."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육지연만 아니면 되었다. ... 결혼식 당일, 아침 일찍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나를 잠에서 깨웠다. 며칠 동안 결혼 준비로 바빴는데, 게다가 임신까지 해서 그런지, 메이크업 받으면서 거의 잠이 들뻔했다. 결혼식은 호텔에서 진행되었고 현장에는 교성에서 이른 있는 사람들이 모두 왔었다. 내가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임수연은 옆에서 나한테 견과를 먹여주었다. 그녀는 오늘 결혼식이 복잡해서 내가 힘들까 봐 걱정했다. "참, 내가 온 지도 한참 되는데, 왜 신랑이 안 보여?" 내가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웃으며 말했다. "결혼식 전에, 신랑이랑 신부가 만나면 안 돼요." 임수연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건 어디 풍속이래요, 못 들어봤는데요." 그러면서 익살스럽게 나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신부가 못 보면, 내가 가서 볼 수 있잖아?" 나는 얼른 임수연의 팔을 잡았다. "가지 마, 현우가 지금 바쁠 거야, 가서 방해하지 마." 임수연은 바로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쯧쯧, 아직 결혼식 올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남편 편드는 거야!" 나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미워!" 임수연은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걱정 마, 잠깐 가서 보고 올게, 네 남편 방해 안 할게." 그러고는 방에서 뛰어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낯빛이 어두워진 채로 돌아왔다. "왜 그래?" 내가 의아해서 묻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고현우가 없어." 순간 웃음이 모두 굳어졌다.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