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엄마의 주치의는 임지현 주임으로 바뀌었다. 엄마의 상황을 모두 알고 나서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다행인 것도 있었고 불안함도 있었다.
다행인 건, 임 주임이 한의 요법을 잘 써서, 최대한 엄마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분만 좋으면 최대한 돌아가실 때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건, 임 주임도 특별히 엄마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고, 아무런 충격도 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만약 내 결혼에 문제가 생기면 분명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복잡한 기분을 안고 병실 문 앞까지 가서야 심호흡하고는 손으로 굳어버린 얼굴을 문지르고는 미소를 지으며 병실에 들어갔다.
"엄마, 현우가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양매 사 왔어요, 방금 먹어봤는데, 진짜 달아요."
나는 말하면서 씻어 온 양매를 엄마 입에 넣어주었다.
엄마는 웃으며 한 알 드시더니 문어귀를 보며 물었다.
"현우는?"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처리하러 갔어요."
엄마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비쳤지만 바로 미소를 짓고는 양매를 한 알 집어 내 입에 넣었다.
"임신한 거 현우한테 말했어? 현우가 많이 좋아하지?"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이렇게 좋은 소식을 쉽게 알려주면 안 되지, 큰 서프라이즈 할 거예요."
"엄마랑 오빠도 비밀로 해요, 현우 앞에서 실수하면 안 돼!"
나는 일부러 비밀스러운 척했다.
"그래, 알겠어, 애도 참..."
엄마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엄마가 될 사람이, 아직도 유치하게 구네."
"엄마가 됐어도, 난 엄마 자식이잖아요."
"너 정말..."
...
병원에서 엄마랑 한참을 얘기 나누었고 엄마가 피곤해하자 그제야 난 병원을 나왔다.
고씨 저택으로 가는 길에 나는 차에서 잠들어 버렸다. 임신해서 그런지, 최근 자꾸 피곤했고 자도 계속 자고 싶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누군가 차 문을 열었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나는 흐리멍덩하게 눈을 떴다.
"하윤아, 어쩌다 잠들었어?"
시어머니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 손목을 잡았다.
"오래 기다렸어, 전에 제작한 웨딩드레스 도착했어, 얼른 들어가서 입어봐, 안 맞는 곳 있으면 디자이너한테 얼른 고치라고 해야지, 곧 결혼식이잖아."
웨딩드레스는 한 달 전에 이미 정했고 내 사이즈까지 모두 측정했었다.
다만 웨딩드레스를 입자 배가 아주 조여오는 것 같았다.
디자이너도 그걸 눈치채고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이 그동안 행복하셨나 봅니다, 배가 볼록해졌어요..."
나는 머쓱해서 웃어 보이고는 문제를 말하려고 했는데 디자이너가 갑자기 물었다.
"설마 좋은 일이 쌍으로 오신 거 아니에요?"
그 말을 듣자 시어머니는 바로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심장이 덜컹했고 손톱이 손바닥에 파여 들어간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시어머니의 눈빛을 보자 나는 도저히 그녀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어찌 됐든 고씨 가문에서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분이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와 고현우의 결혼이 마치 갈대 같아 언제든 부러질 수 있었기에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많이 먹어서 그래요."
나는 고개를 숙이고 일부러 턱이 두 겹이 되도록 쥐어짜며 말했다.
"확실히 살이 좀 쪘어요."
시어머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찌긴 뭘 쪄? 아직도 더 먹어야 해, 전에 너무 말랐어."
그러면서 뒤에 있는 디자이너한테 내 드레스를 고쳐 달라고 했다.
"참, 현우는? 너랑 같이 엄마 보러 간 거 아니었어? 왜 혼자 왔어?"
나는 고개를 숙였고 감정을 삼키며 말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어요..."
시어머니는 전혀 믿지 않았고 미간을 찌푸리셨다.
"설마 육지연 그년이 또 무슨 짓 한 거야?"
시어머니한테 들키자 나는 더 숨기지 않았다.
"현우가... 육지연 씨 전화 받고 다급하게 갔어요..."
"이런 빌어먹을 새끼!"
시어머니는 바로 분노하며 말했다.
"자기 아빠랑 똑같아!"
시아버지까지 들먹이자 나는 입을 오므리고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아버지와 육지연 엄마에 관해 나도 듣지만 했을 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시아버지가 육지연이 미래의 며느리가 되기를 바란다는 거였다.
아마 지금도 나랑 고현우가 나랑 이혼하고 육지연이랑 같이 있기를 바랄 것이다...
"하윤아, 화내지 마, 현우 그 자식이 돌아오면 내가 혼내줄게!"
예전 같았으면 난 아마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사람만 남기면 뭐 해?
마음이 다른 사람한테 있는데.
...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나서 또 신발이랑 액세서리도 해보았다. 모든 걸 마치고 거의 끝날 무렵, 고현우가 마침 들어왔다.
"너 이 자식, 드디어 온 거야?"
시어머니는 그를 혼내며 몰래 그에게 눈치를 주었다.
"하윤이 혼자 병원에 두고 가면 어떡해, 아주 정신이 없어!"
"얼른 가서 턱시도 입어봐, 다음 주에 결혼할 사람이, 아이처럼 굴지 마!"
고현우는 턱시도를 입으면서 나를 힐끗거렸다.
나는 너무 피곤했고 말도 섞기 싫어서 핑계를 대고 방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내가 씻고 나서 자려고 준비하는데, 고현우가 걸어 들어왔다. 나는 그를 무시하고 뒤돌아 침대로 갔다.
고현우는 뒤에서 날 끌어안았고 턱을 내 어깨에 올리고는 나지막하고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일부러 너 혼자 병원에 둔 거 아니야, 앞으로 안 그럴게..."
나는 고현우의 팔을 뿌리치고 뒤돌아 그를 보았다.
"어젯밤에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 겨우 하루 지났는데 다 잊은 거야?"
"아니야, 육지연이 우울증이 도져서 무슨 일 생길까 봐 그랬어..."
그가 말하기도 전에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서, 무슨 일 생겼어?"
고현우는 말문이 막혔고 한참 지나서야 두 글자를 내뱉었다.
"아니."
나는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육지연 씨랑 관련된 일이면, 넌 당황해, 고현우, 내가 말했잖아, 네 마음에 육지연 씨가 있으면 우리..."
'이혼'이라는 말을 하지도 못했는데 고현우가 다급하게 끊어버렸다.
"깨끗하게 끊었어, 은혜 말고는 다른 거 없어!"
"그래?"
"하지만, 은혜 갚으려면 전남편한테 갚아야 하잖아, 이제 이혼했는데 육지연 씨한테 무슨 은혜를 갚아?"
고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나한테 급하게 다짐했다.
"앞으로 절대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나 피곤해."
"하윤아..."
"나 쉴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고현우는 입술을 오므리고 더는 인내심을 잃은 듯 한참 지나서야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했잖아, 그만 해, 응? 내가 다시는 안 그런다고 했잖아..."
"네 생각을 안 해도, 네 엄마 생각은 해야지, 어머님 지금 충격받으시면 안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