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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하성아, 설마 화난 거야?” 임예지가 잔뜩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았지만 강하성은 여전히 침묵이었다. “어머님이 부르셔서 온 거야.” “임예지. 경고하는데 내 앞에서 허튼 수작 부리지 마.” 이 말을 마지막으로 강하성은 차갑게 돌아섰다. 혼자 남겨진 임예지는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하성이 태도가 왜 이렇게 바뀐 거지? 이게 다 임서우 그 여우 같은 계집애 때문이야.’ “예지야.” 이때 다가온 박정원이 말했다. “내려와서 손 씻고 밥 먹어.” 강주호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내려오지 않았다. 한편, 임서우 역시 그들과의 식사자리는 끔찍하게 싫었지만 배가 너무 고픈 탓에 함께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식탁 위에 차려진 진수성찬이 박정원이 임예지를 얼마나 아끼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식사 내내 박정원은 임예지의 근황에 대해 묻고 말끝마다 그녀에 대한 칭찬이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화제는 자연스레 임신으로 향했다. “이제 회사 일은 전부 하성이한테 물려주고 나 혼자 집에 있으려니 적적해서 손주나 봤으면 좋겠는데...” “엄마!” 강하성이 박정원의 말을 잘라버렸다. “몇 번을 말씀드려요. 전 아이 싫고 아이 낳을 생각도 없다고요. 다신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난 어머님 마음 이해해.” 이때 임예지가 입을 열었다. “이 큰 집에 아이 웃음소리가 더해지면 얼마나 더 좋겠어.” “됐어.” 강하성이 임예지의 밥그릇에 갈비를 얹어주었다. “얼른 먹기나 해.” 임서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부드러운 목소리, 괜히 씁쓸해진 그녀는 배를 채우는 데만 집중했다. “그러게. 예지 넌 너무 말랐어. 팍팍 좀 먹어봐.”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레 임서우에게로 향했다. ‘저 게걸스레 처먹는 것 좀 봐. 저러니 살만 뒤룩뒤룩 찌지...’ 저녁 식사가 끝나고 박정원은 강하성더러 임예지를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했다. 한편, 요즘따라 밥만 먹으면 졸린 임서우는 눈치없이 내려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뜨며 말했다. “그래요.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데려다주고 와요.” ‘그게 뭐든 얼른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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