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제자리로 돌아간 후 그녀는 업무에 몰두하여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다들 먼저 그녀에게 인사하며 드디어 투명인간 생활에서 벗어났다.
회사 건물 밖으로 나온 임서우는 임예지의 퇴근을 마중 나온 강하성과 마주쳤다.
강하성은 차 옆에 서 있었고 임예지도 이제 막 조수석에 올라타려 했다.
순간 임서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쪽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자기야, 나 데리러 왔어요?”
좀 전까지 임예지를 부러워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안색이 확 굳어버렸다.
임예지와 강하성도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었다.
임서우는 그런 두 사람을 무시한 채 냉큼 조수석에 올라탔다.
이어서 창문 밖으로 여전히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임예지에게 말했다.
“언니, 우리 남편 오늘은 집까지 데려다주기 힘들 것 같으니 알아서 택시 타고 가.”
임예지는 울화가 치밀어 강하성을 올려다봤다.
강하성은 곧장 차에 올라 그녀를 내쫓았다.
“임서우, 당장 꺼져.”
“내가 왜요?”
임서우는 안전벨트를 매고 죽어도 안 내릴 기세였다.
“내가 내 남편 차 타고 집에 간다는데 뭐가 문제에요?”
“남편이라고 부르지 마!”
강하성은 분노가 들끓었다. 그는 결혼한 지 1년 만에 처음 그녀한테서 남편 소리를 들었다.
근데 이 호칭이 왜 이렇게 불편한 걸까?
“내려! 손대기 전에 얼른!”
“헐! 배짱 있으면 우리 회사 사람들 앞에서 날 끌어내리고 임예지 태우지 그래요. 어차피 난 이름도 없는 말단 직원이고 오히려 임 팀장이야말로 내연녀로 낙인되겠는걸요.”
임서우는 이젠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었다.
그 시각 임예지가 밖에서 유리창을 두드렸다.
강하성이 창문을 내리자 그녀가 말했다.
“하성이 넌 서우 집까지 데려다줘. 난 혼자 택시 타고 갈게.”
아주 배려심 천사가 될 기세였다.
“그래, 그럼 조심히 가.”
임서우는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못 이겨 엑셀을 밟고 도로를 질주했다.
이에 임서우가 화들짝 놀랐다.
“뭐 하는 거예요? 죽겠으면 임예지 데리고 죽어요. 나한테 이러지 말고.”
강하성이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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