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장
임예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침대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가정파탄 내고 싶으신가 봐요, 엄마는."
황이진이 고개를 돌려 뻔뻔한 임예지를 노려봤다.
"엄마도 아빠 성격 아시잖아요. 아빠한테 저는 주워 온 자식이나 다름없다는 거."
테이블 위에 놓인 바나나를 집어 껍질을 바르며 임예지가 말을 이었다.
"아빠한테 괜한 말을 했다가는 그냥 저 같은 딸 없는 셈 치세요. 서로 연 끊고 각자 살자고요."
황이진의 얼굴빛이 점점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예지야, 너 왜 이렇게 됐니?"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임예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당신들 자식인데, 엄마는 늘 임서우만 바라보고 아빠는 엄마밖에 모르잖아요. 나는 항상 뒷전이고! 걱정 마세요. 하성이한테 시집가면 더 이상 엄마랑 임서우 귀찮게 안 할 테니까."
딸의 모진 말에 황이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예지야, 너 지금 한 말, 아빠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너 어렸을 때 열에 시달리면 항상 아빠가 잠도 안 자고 밤새 네 곁을 지켰었어. 시중에 파는 음식은 깨끗하지 않다고 레시피 보면서 네가 좋아하는 디저트까지 따라 만드셨고."
"너랑 하성이 일 때도, 네 아빠는 회사도 뒷전으로 하고 강씨 가문에 가서 네 편 들어주셨어. 근데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니?"
황이진의 말에도 임예지는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하, 고작 그거요? 세상 부모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닌가요?"
더 이상 뭐라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황이진이 천천히 눈을 감자 눈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떨어졌다.
"그동안 착한 딸 노릇 하느라 고생 많았다."
착했던 딸 예지가 변한 게 아니라 지금껏 단 한 번도 딸을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는 걸 황이진은 이제야 깨달았다.
병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임철민이 돌아온 게 분명했다.
그 소리에 임예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좀 전의 바나나를 황이진에게 건넸다.
병실에 들어와서 황이진이 깬 걸 보고는 임철민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여보, 깨어났어요?"
"네, 일어났어요."
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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