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장
안소희는 감히 이 일을 김수지에게 알리지 못하고, 거리에서 먼저 화장품 몇 개를 사서 병원에 가지고 갈 수밖에 없었다.
김수지는 이상했다. ‘화장품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못 찾았어?’
‘반산별장에 가기 귀찮아. 내일 휴가도 내야 해서. 나 오늘 빨리 회사에 가야 돼.’ 안소희는 대수롭지 않게 입을 삐죽거리며 그녀에게 화장품을 던져 주었다. ‘너는 계속 푹 쉬고 있어. 내일 내가 다시 올게.’
‘그래.’ 김수지는 손을 흔들어 그녀를 배웅하고는 슬그머니 태블릿을 꺼낸 다음 누워서 설계도를 계속 그렸다.
박민혁과 결혼한 후부터 그녀는 줄곧 의상 디자인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확실한 재능이 있어서 언제든지 디자인을 한다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그린 별무늬 스커트는 지금까지 어떤 작품보다 만족스럽다.
하지만 어쨋든 지현씨 여자친구에게 어젯밤 지현씨가 자기를 위해 신경 써 준 것에 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녀는 톱 스타이다. 그래서 치마 디자인을 완벽하게 한 다음 이 일을 지현씨가 의논하려고 한다.
근데 박민혁이 갑자기 올 줄 몰랐다.
그녀는 재빨리 태블릿을 치웠다. ‘왜 왔어요?’
그는 손에 든 죽과 반찬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우빈이한테 몸 상태를 물었더니 밥을 안 먹었다고 그냥 왔어.’
기대하지 않았던 일일수록 갑작스러운 기쁨에 더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의 눈빛을 보자 가슴이 또 서늘해졌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길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당당해졌다. 마치 정말 그녀와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이 있는 마냥.
이상하다. 분명히 그녀가 말했었다. 그들이 빨리 선을 긋기를 기대한다고. 근데 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신호를 보니 김수지의 상처투성인 마음은 여전히 참을 수 없이 아팠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박민혁한테 아무리 상처를 받았어도 그의 행동 하나, 눈빛 하나 때문에 그녀의 마음은 항상 다시 살아나곤 했다.
그리고 매번 또 죽었다.
김수지는 눈길을 떼고 최대한 차분하고 낯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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