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2장
박민혁의 손끝이 뜨거웠다.
그러나 김수지의 입술은 차가웠다.
왠지 모르게 김수지는 박민혁의 손길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박민혁에 대한 자신의 억눌린 사랑과 증오와 비슷했다.
이제는 이 감정이 사랑인지 증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김수지는 자신이 지옥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어디가 탈출할 수 있는 출구인지 알 수 없다.
이젠 도망가고 싶지도 않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고 복수해야 할 사람도 있다.
박민혁의 주의력은 온통 김수지의 입술에 집중되어 있었다. 찢어진 피부가 자신의 마음에 구멍을 내기라도 한 듯 괴로웠다.
"상처가 자꾸 나." 김수지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약 발랐으니까 걱정하지 마."
김수지는 박민혁이 정한 규칙을 알고 있다.
자신의 얼굴은 그의 앞에서 어떠한 상처도 나서는 안 된다. 심지어 자신의 몸까지도 박민혁의 마음속에서는 김수연의 것이다.
자신은 언제나 김수연의 부속품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상처를 입을 자격조차 없다.
항상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모습을 유지해야 박민혁에게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김수연이 잘 지내고 있다는 착각말이다.
박민혁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즉시 변우빈에게 연락해 다시 병원장을 찾아가 김수지에게 약을 처방하게 했다.
매일 각종 난치병을 치료하는 변우빈은 어이가 없었고
마음 같아서는 욕이라도 내뱉고 싶었다.
"그냥 구강 궤양일 뿐이야." 변우빈이 설명했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 있어?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조금은 자제해. 과도한 걱정은 짜증을 유발하기도 하니까."
박민혁은 얼떨떨했다.
한 사람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이 상대방을 짜증 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러나 자신은 이미 극도로 자제 중이다.
생각 같으면 늘 김수지를 자신의 옆에 두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었다.
김수지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자신에게 뽀뽀로 허락을 맡게 하고 싶었다.
다시는 자신에게 이혼을 언급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절제하고 있어." 박민혁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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