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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장

김수지는 웃었다. 뻔히 알면서 모르는 척 물어보는 모습이 우스웠다. "아무것도 아니야." 박민혁이 계속 모르는 척을 하겠다면 장단을 맞춰 줄 생각이었다. "갑자기 생각났어. 당신이 깨끗한지 아닌지 궁금해서 보고 싶었어." 순간 기분이 좋아진 박민혁의 얼굴이 봄비에 젖은 풀잎처럼 상쾌해졌다. "신경 쓰여?" "응." 하지만 신경이 쓰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박민혁은 언젠가 그의 약혼녀와 함께할 테니까. 김수지는 겉으로 웃어 보였지만 마음에서 느껴지는 둔통은 혼자 감당해야 했다. "당신은 신경 쓰여?" 김수지가 문득 되물었다. 박민혁은 당황했다. "뭐?" "내가 순결한지 아닌지 신경 쓰여?" "상관없어." 박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알게 되면 그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어질 것이다. 그 남자만 죽으면 김수지는 여전히 자신의 것이다. 평범한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와중에 박민혁은 불현듯 이미 뼛속 깊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은 생각보다 관대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 지현을 김수지에게 보냈을 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에 피를 묻혔을 지도 모른다. 박민혁은 자신의 관대함을 과대평가했다. 그의 대답은 김수지의 예상과 비슷했다. 박민혁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가 신경 쓰는 것은 김수연과 닮은 얼굴뿐이다. 김수연의 얼굴이 망가졌으니 박민혁은 자신에게서 온전한 김수연을 찾고 있는 것이다. 김수지는 마음이 서늘했다. 더는 그와 한시도 같은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예전 헤어지기 전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박민혁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두 사람의 결혼에 관해서는 김수지를 다시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녀가 원한다면. 박민혁은 김수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들어오면 안 되냐고 물을 뻔했다. 이것은 진영과 상의한 첫 번째 단계이다. 무릇 가까이 있어야 목표를 얻기 쉽다. 지금은 지현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말로만 듣던 사생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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