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장
"그리고 수연이는 착하고 훌륭한 애야. 3년 전에 수지가 날 찾아왔었어. 우리가 난감해하지 않게 하려고 위암에 걸린 몸으로 혼자서 외국으로 떠났어. 이런 딸아이에게 정말 다시 상처를 주고 싶어?'
"두 딸 모두 아껴주고 싶은데 수지가 곧 이혼한대요. 우리가 그 아이에게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었는데, 왜 두 딸을 모두 곁에 두면 안 되나요?" 양이나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주르륵 흘러내렸다.
김병호는 몸을 일으켜 양이나를 품에 안고 한숨을 쉬었다. "수연이는 좋다고 할 거야. 근데 수연이를 좋아하는 박민혁은 어떡할 거야? 민혁이는 수연이가 조금이라도 억울함을 당하는 꼴을 못 보는데.
수지가 얼마 전에 왔었어. 우리가 수지가 밖에서 데려온 딸을 소홀히 대할까 봐, 특별히 전화를 걸어 온씨 집안의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그럼 우리 온씨 집안은 뭘 먹고 살어?!
당신은 다시 나랑 결혼하기 전, 그 힘든 날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그녀는 그때로 돌아가길 전혀 원하지 않았다!
양이나의 눈물이 그의 옷을 적셨다. "흑흑......그럼 난 어떻게 해요. 수지 그 애를 생각할수록 죄책감이 들어요. 여보, 당신 그거 알아요? 난 가끔 눈을 감으면 세 살짜리 그 애가 내 옷을 잡아당기며 엄마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엄마 부르면서 자기를 버리지 말라고......"
"내 잘못이야. 그때는, 모두 내 잘못이었어." 김병호는 고개를 숙였다.
"당신 잘못 아니에요. 당신도 일부러 수지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잖아요. 잘못이라면......다 수지 팔자가 안 좋은 탓이에요......" 양이나는 그를 꼭 껴안고, 그의 얼굴에 스치는 당황한 기색을 보지 못했다.
당신이 말한 그 일은, 내가 앞으로 조심할게요. 그래도 수연이의 마음 위주로 생각해야죠. 결국, 온씨 집안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하지만......" 그녀는 잠시 멈추고 머릿속의 모든 죄책감을 몰아냈다. "수지가 박민혁이랑 무사히 이혼하고, 박민혁과 수연이 뜻대로 되게 하려면, 우리가 힘을 써야 할 것 같아요."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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